80년대 중반 일이다. '사랑방 중계'라는 TV프로그램에서 여고생 100명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출세하지 못한 이유는?" 답은 다양했다. '학력이 부족해서''학벌이 떨어져서''빽이 없어서'등. 그러나 1위는 '소극적이어서'였다. 딸의 눈에 비친 아버지 성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배경이 아닌 노력과 열정 부족이었다.

사람살이의 근간은 비슷한 걸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을 대상으로 알아봤더니 재학 시절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운 사람은 불과 3%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졸업 후 수입은 재학중 이렇다 할 목표나 계획 없이 지낸 나머지 97%의 평균 10배에 달했다는 보고다.

지금 우리 현실은? '삼팔선 사오정'이라고 야단인데도 많은 직장인들이 10년 뒤 자기 모습을 그려내지 못한다. 실력을 쌓아 좀 더 나은 데로 옮기거나 미래에 대비하고 싶지만 생각뿐 그날그날 일에 파묻혀 정신없이 지낸다. 평생직장은 없어도 어디든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하니 칼퇴근했다간 눈총 받기 십상이다.

결국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어느 틈에 나이 들어 옴쭉달싹 못하게 된다. 하루하루 자신감은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해간다. 직장인의 87.9%,과장급의 96.4%가 자기계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실제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은 적다는 조사 결과(잡코리아)는 이런 실정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자기계발을 못하는 이유의 첫째는 '과중한 업무에 따른 시간 부족'이었지만 '게으름 탓'도 높았다. 외부 요인보다 자신의 마음가짐과 추진력 부족이 더 큰 훼방꾼이라는 얘기다. 스트레스는 여성이 더 높은데 자기계발 비율은 남성보다 낮다는 건 어쩌면 치열함이 떨어진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이자 억만장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말했다. "인생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할 수 있다''하겠다'고 되뇌이는 건 소용 없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실천에 옮겨야 한다. 지금 당장. 그리고 끈기있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