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발표한 `2007년 예산안'의 기본 골격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자원배분 회의와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5년간의 재정흐름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예산안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기획예산처는 설명하고 있다.

예산안의 핵심 골격은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의 힘을 기르고 ▲국민의 복지수요를 충족해 양극화 해소와 함께 사회통합을 이뤄내며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대응해 국방력과 해양경찰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복지도 투자'라는 개념을 내세우면서까지 성장동력 강화를 유난히 강조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 복지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불평형평과 비효율성을 근본적으로 고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그러나 복지예산의 증가율이 10%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산업.중소기업 예산은 거의 동결수준에 머물고 국가채무는 예상수준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 연구개발.복지.교육.국방 두각

내년 전체 예산 238조5천억원 가운데 각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복지.보건 예산은 61조8천억원으로 전체의 25.9%를 차지해 올해의 24.9%에 비해 1%포인트가 올라갔다.

그러나 올해 추가경정 이전의 본예산 대비 사회복지.보건의 비중이 25.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변화가 거의 없는 셈이다.

교육예산은 30조9천억원으로 13.0%(12.9%), 국방예산은 24조7천억원으로 10.4%(작년 10.0%)를 각각 차지해 작년과 비슷한 비중을 나타냈다.

이밖에 ▲수송.교통.지역개발 18조2천억원, 7.6%(8.2%) ▲농림.해양수산 15조9천억원, 6.7%(6.9%) ▲산업.중소기업 12조5천억원, 5.2%(5.5%) ▲공공질서.안전 10조9천억원, 4.6%(4.9%) ▲정보화.통신 7조8천억원, 3.3%(3.4%) ▲환경 4조원, 1.7%(1.7%) ▲문화관광 2조9천억원, 1.2%(1.2%) 등이다.

각 분야의 예산에 들어있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집계하면 9조8천억원으로 4.1%를 차지해 작년의 4.0%와 비슷했다.

균형발전 예산도 6조7천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과 같은 2.8%로 계산됐다.

그러나 내년 예산의 증가속도를 보면 분야별 명암이 엇갈린다.

연구개발(R&D)이 10.5% 늘어나 올해의 14.2%에 이어 분야별로는 최고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사회.보건복지는 작년의 12.8%에 비해 둔화된 10.4%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고성장을 과시했다.

성장동력과의 연관성이 높은 교육분야의 증가율은 7.4%로 계산돼 올해의 4.2%에 비해 적지않게 올라갔고 국방분야는 6.7%에 9.7%로, 환경분야는 5.1%에서 6.4%로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산업.중소기업의 증가율은 0.9%로 작년의 4.2%에 비해 크게 둔화됐으며 농림.해양.수산은 7.2%에서 2.7%로, 문화관광은 9.7%에서 2.6%로 각각 낮아졌다.

수송.교통.지역개발은 작년에 2.8% 줄어든데 이어 올해에도 1.1%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 정부, 성장동력 강화 강조

기획처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성장동력 확충과 국민의 기본적 수요 충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특히 성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는 참여정부가 지나치게 복지분야에 기울어져 있다는 시각을 우려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획처 관계자는 "R&D 예산의 증가율은 2005년 10.1%, 2006년 14.2%, 2007년 10.5% 등으로 3년 연속 1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면서 "이는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개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도 성장동력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기획처는 예를 들어, 방과후 학교에 대한 지원 강화는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뿐 아니라 여성 노동력을 생산현장으로 이끌어내는데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성장동력 예산은 보육육아 1조609억원, 고용평등 2천569억원, 인적개발 등까지 포함해 모두 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통해 복지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높인 점도 관심을 끈다.

정부는 ▲장애인차량 LPG연료 지원제도를 장애인 수당 확대로 바꾸고 ▲노인들이 원하는 도우미를 선택할 수 있는 장애인도우미바우처제도를 도입하며 ▲건강보험의 전체보험료에 대한 일정비율을 국고로 지원함으로써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불형평성을 다소나마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교육자치와 행정자치의 벽을 넘어 광역.기초단체장이 교육지원을 할 수있도록 했다.

◇ 재정의 경기중립성 여부 논란

기획처는 내년도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4.6%에 이르는 만큼 경제성장을 더욱 촉진하는 팽창적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획처는 내년 총지출은 올해 추경예산보다 6.4% 늘어나 경상성장률 6.7% 범위내에 들어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꼽았다.

또 인건비를 포함한 확정적 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수지의 증감액을 GDP로 나눠 계산하는 재정충격지수는 -0.18%(본예산기준 0.05%)로 중립재정의 범위인 -1.0%∼1.0%에 들어 있는 것도 내년 예산이 중립적임을 입증한다고 기획처는 설명했다.

그러나 재정수지를 보면, 중립재정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일반회계.특별회계,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금, 비금융 공기업을 합한 통합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의 1.5%인 13조3천억원 흑자이다.

그러나 통합재정수지에서 공적자금상환기금에 대한 출연금과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는 13조7천억원 적자로 GDP 대비 -1.5%로 계산된다.

재정이 중립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수지가 GDP대비 -1%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가 중립재정에 연연하기 보다는 경기하강에 대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운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며 "따라서 정부는 경기상황을 고려해 다소 확장적으로 재정 정책을 펼쳐도 좋을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문제는 없나

경제 전문가들은 ▲산업.중소기업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고 ▲R&D예산의 경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국가채무가 비교적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등을 걱정했다.

산업.중소기업 예산의 경우 내년 증가율이 0.9%로 사회복지 예산의 증가율 10.4%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세출 구조조정이나 세수 확보에 노력해야지 복지수요에 맞춰 비교적 손쉬운 방법인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정부는 작년에 2005∼2009년 중기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06년 31.9%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번에 또 다시 정점이 2007년으로 연기됐다"면서 "국채 증가율이나 조세부담률 등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6%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하에서 세수를 추정한 것도 낙관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재정투자의 예산을 부처 요구액보다 1조원이 많은 18조1천억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선심성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도로 등의 조속한 완공을 통해 국민적 편익을 높이고 공사비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SOC예산 확대는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지원액을 237억원 늘린 것도 수익자 부담 원칙에서 벗어난 선심성 조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