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6일 발표한 '금융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이들 금융공기업이 정부의 '보호막'에 안주하며 여전히 방만경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감사원이 2005년 10월부터 12월까지 한국은행 등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드러난 기관별 문제점 및 주요 사례를 간추린 것이다.

◇한국은행

적정 외환보유 규모에 대한 일관된 기준 설정 없이 확대되는 외환규모에 맞춰 외환보유고 규모 산정기준을 계속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005년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규모가 IMF 기준의 2배이자 세계 4위 수준인 2천104억달러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외환보유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통안증권을 계속 발행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이는 한은의 주요 적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화자산 운용 또한 일부를 외국의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 선정을 위한 위원회 구성 절차 없이 부총재보 전결로 2005년 6월 14개사를 선정해 116억7천만달러를 위탁했고, 운용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업체에 오히려 수탁규모를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주기능 외에도 조직과 인력 운용도 방만하고 비효율적이었다.

금감원 설치와 업무 전산화로 지방 업무가 대폭 줄었는데도 16개 지역본부와 3개 지점 등 기존 지방조직의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부산.경남에 3개 본부(부산.창원.울산)와 1개 지점(진주), 광주.전남에 2개 본부(광주전남.목포) 1개 지점(순천)이 운영되고 있고, 이로 인해 총 19개 지방조직 중 11개는 청원경찰과 경리직 같은 총무 관련 인력이 124명으로 전체의 무려 40%에 이른 상황이다.

인력도 방만하게 운용돼 상위직 1,2급 증가율이 29.5%로 총정원 증가율(2.3%)을 크게 웃돌았고, 이 때문에 1급 중 절반 가량이 무보직이거나 하위직으로 근무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본점건물의 사무실 면적이 충분한 데도 지난해 3월 구상업은행 본점 건물을 한은 회현동 부지와 교환, 취득한 뒤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고, 이 같은 불필요한 건물을 취득한 과정에서도 내규를 어기고 제대로 된 감정평가 반영 없이 계약금액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

운영자금 대출과 회사채 투자액이 크게 증가하고 수출입은행의 업무와 중첩되는 수출입자금 지원 비중이 확대되는 등 산업자금 공급기능이라는 당초 설립목적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우량기업 회사채까지 인수하면서 2005년 8월말 현재 전체 회사채 시장 점유율이 대우증권 포함 41%로 과점적 지위에 달하는 등 수익사업 치중으로 민감금융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에서 현물출자한 한전 주식 평가를 근거로 성과급을 과다 지급하고 사내복지기금을 과다 출연하는 등 예산집행도 방만하게 이뤄졌고, 사내복지기금 1인당 출연액은 5천261만원으로 시중은행의 5.6배, 다른 국책은행의 약 3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뒤 기존 전산인력은 그대로 둔 채 전산운영업무를 외부에 위탁하고 용역비도 과다 지급하는 등 인력운용에서도 비효율성이 지적됐다.

전산인력만 82% 증가한 가운데 용역직원의 인건비가 1인당 1억원이 넘고, 이마저 주 5일제 근무에 따른 임금삭감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채 지급됐다.

◇중소기업은행

주기능인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매년 어기고 가계 등에 대한 일반대출은 계획은 초과 달성해, 중소기업 여신비율은 계속 감소되고 가계 등 일반여신 비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 여신을 취급한 후 예금을 수취해 중소기업에 부담을 초래하는 구태도 적발됐다.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취급한 대출 4천680억원을 확인해보니 대출금액의 12% 상당액을 정기예금으로 수취한 후 담보로 취득했다는 것.
또 정부에서 현물출자한 포스코 주식 및 KT&G 주식의 처분이익을 제외할 경우 재경부가 승인한 당기순이익 목표에 모자란 데도 불구, 2003년과 이듬해 각각 241억원 및 249억원의 성과급을 주는 등 임직원의 경영성과와는 무관한 이익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출입은행

상위직급 정원을 상향 조정하고 현원을 정원보다 많이 운용해 상위직 비율이 과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대비 2005년 6월말 현재 총 정원 증가율은 21.2%에 불과한 반면 상위직급 정원 증가율은 61.3%에 달했다. 상위직급 비중이 19.1%를 차지했고, 2급 직원 중 팀장, 실장 등 보직을 받지 못한 인원이 3년새 7명에서 16명으로 증가했다.

성과급이 경영목표 달성과 적절하게 연계운용되지 않는 바람에 성과급이 과다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
수출여건 등의 변화를 이유로 외국인 채무보증 등 관련법에 규정이 없는 업무를 취급하는 등 업무범위를 임의로 확대해 적법성 논란을 낳고 한국수출보험공사 등과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예금보험공사

누적적자 해소 등을 위한 대책 없이 은행 등 다른 계정에서의 차입을 통해 부족재원을 보전하고 있어 근본적인 기금관리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과 체결한 출자약정이 불합리해 공적자금 회수가 지연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99년 공적자금 10조2천500억원을 투입한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지난해 경영호전으로 여유자금 1조3천여억원이 발생했는데도 공적자금을 상환하지 않고 주식투자에 운용했다.
이는 서울보증보험이 순이익이 생기더라도 공적자금 투입 전에 발생한 누적결손금을 우선 보전한 후 공적자금을 상환하도록 약정을 맺은 데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앞으로 공적자금 회수에는 60여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공적자금과 관련된 파산재단수가 2001년 227개에서 지난해 96개로 크게 줄었지만 관련 인력은 일부만 감축되는 등 조직.인력운용도 비효율적이었다.

◇자산관리공사

2002년 부실채권 인수업무가 종료됨에 따라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원이란 설립 목적 업무가 대폭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실채권을 과다 매입하고, 해외 부실채권 정리업무에도 손을 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2003년에는 경영관리위원회 승인규모 보다 3배가 많은 7조4천억원의 4조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했으며, 또한 채권매입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7천288억원을 빌려 부채비율이 지난해 9월말 현재 745%로 3년새 2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 1조1천억원의 자금부족 현상이 초래돼 추가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도 해외 부실채권 관련 해외사업부를 운영해 83억원의 손실을 입은가 하면, 부동산사업부까지 신설해 특별한 업무실적 없이 인건비 등으로 26억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금융공사

공사의 주기능이자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택마련을 위해 지원하도록 돼 있는 주택저당채권(모기지론)을 2주택이상 보유자 148명에게 122억원을 대출해놓고도 회수하지 않고 고작 1%의 가산금리만 부과한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 5채 이상 보유자가 44명이고, 21채를 보유한 사람도 있었다. 더구나 모기지론을 받은 1주택 보유자 1천894명(대출금 1천383억원)의 경우 대출 집행 후 1채는 처분토록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도 사전에 대출금 회수근거를 마련해놓지 않아, 이들 무자격자에게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부서에서 취급할 수 있는 학자금 대출보증 업무 등을 위해 3개부서 별도로 신설하고 34명을 증원하는 등 업무중복 사례도 적발됐다.

◇우리금융지주 등 공적자금 관리기관

우리은행의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업무재설계(BPR) 사업의 타당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추진해 예산낭비가 초래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산인력 975명을 영업전담 인력으로 전환해 949억 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산정했으나 실제는 341명만 전환할 수 있어 기대수익은 604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 BPR사업에 따른 업무 재설계후 2년이 지났는데도 수익증대 등 사업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현 상태로라면 BPR 투자비 회수는 빨라야 2018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예상이다.

광주은행의 경우 우산 같은 경품을 샀다는 증빙을 꾸미고는 실제로는 상품권을 구매해 용도불명으로 사용하는 등 광고선전비를 섭외성 경비로 부당집행하고 허위로 지출을 증빙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의 경우 2001년 12월 노조와 '2002년 3월 우리은행과의 통합이 무산되면 본봉의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이면합의를 맺고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보다 인건비 42억7천만원(1인당 313만원)을 추가 집행하는 등 예산을 부당집행한 사례가 적발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