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東天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도 후반에 배럴당 50달러대를 돌파한 이후 등락은 있었지만 지난 2년간 국제 유가는 꾸준하게 상승했다.

올 7월에는 배럴당 78달러 선까지 치솟은 적이 있을 정도로 급등하던 국제 유가가 9월 들어 하락세로 반전(反轉)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무역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국제 유가의 급등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유가의 하락반전은 원유수입이 전체 수입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에 호재(好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하락추세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

국제 유가도 다른 일반 상품들의 경우와 같이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2년간의 유가상승도 그 근본원인을 시장수급조건의 악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세계석유수요는 하루 380만배럴 증대해 하루 약 8400만배럴의 수요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이러한 원유수요 증가가 원유생산의 증가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과 함께 석유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석유시장은 OPEC 등 주요 석유공급자들의 공급독점력이 행사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이들의 비축유(備蓄油) 방출 혹은 생산감축 등 시장전략의 변화에 따라 유가도 변동하게 마련이다.

석유시장의 수급조건 변화뿐만 아니라 이란의 핵문제와 같은 국제정치적 상황도 유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시장의 수요와 공급조건 이외의 요인들은 중장기적으로 그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중동에서의 분쟁과 이란의 핵문제 등 국제정치적인 요인과 국제적인 투기자본의 석유시장 유출입 등으로 국제 유가의 단기적 변동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시장수급의 구조적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세계경제의 성장둔화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정도와 공급능력증대 정도에 달려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 세계경제의 둔화로 석유수요가 감소하고 국제적 투기세력의 시장이탈로 유가 하락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배럴당 50달러대의 유가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세계석유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수송부문이며 수송부문에서의 석유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송부문에서 석유와 경쟁할 수 있는 대체연료는 아직 없다.

대체에너지로의 본격적인 전환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가능하다.

석유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생산유전에서의 산출량 증가는 단기적으론 가능하나 기본적인 석유공급능력의 확대에는 최소한 3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동안 세계적인 석유수요증가를 충족시켜 주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구(舊)소련 지역의 원유생산 증가율이 축소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사할린 유전 개발을 보류했으며 유럽의 석유메이저인 BP사의 멕시코만 유전도 생산이 미뤄지는 등 석유공급확대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다소 극단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최근 석유시장 주변에서는 석유생산이 이미 정점에 도달해 더 이상의 확대가 어렵거나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이른바 '피크 오일(peak oil)'론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로 석유 공급능력 확대에 회의가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의 하락추세를 막기 위해 주요 석유수출국들이나 메이저들도 공급조정을 통해 시장에 개입할 것이다.

최근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 배럴당 60달러대의 국제 유가를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했지만,지난 25일 유가가 한때 6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자 곧바로 OPEC의 생산감축 가능성이 전해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란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다른 돌발사태가 없다면 세계석유시장의 수급여건을 고려할 때 향후 국제유가는 기본적으로 배럴당 60달러를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