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4시께 앳된 외모의 스무 살 청년 문 모씨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를 찾았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위치한 종합청사 8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무거운 표정을 짓던 그는 바로 '남성가족부' 창설자다.

남성가족부란 지난 8월 중순 문씨에 의해 개설된 인터넷 패러디 사이트.여가부의 부처명은 물론 로고와 홈페이지 디자인 등을 거의 그대로 베껴 제작됐다.

문제는 익명의 다수 남성 네티즌이 이 사이트에서 원색적인 언어로 여가부의 정책을 조롱하며 공격했다는 점이다.

마침 9월 초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던 한 남성이 또 다른 여성포털사이트에 음란물과 여성을 비하하는 글들을 올리면서 논쟁은 남성가족부로 옮겨오기도 했다.

여가부의 곤혹감은 극에 달한 상태.최근 청소년위원회와의 통합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는 데다 내년에 처음으로 연간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부처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는 시점이었다.

결국 여가부가 내부적으로 강경 대응 방침을 정하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최근 사이트 개설자가 드러났지만 '겨우 스무 살 재수생에게 유린당한 것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채용 여가부 정보화전략팀장은 "개설자가 지난 21일 오후 스스로 사이트를 폐쇄한데다 깊이 반성하고 있어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각서와 반성문을 여가부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선에서 해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씨에게 적용된 위법조항은 홈페이지 로고와 디자인 등에 대한 무단 저작권침해다.

사이버테러 분야의 한 전문가는 그러나 "정부 홈페이지의 패러디화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청와대(聽訛臺)'나 '고문인적자살부' 등 다른 정부 부처들이 패러디 대상이 된다면 훨씬 파급효과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