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얼마나 잘 사는 집인지를 알아보려면 보유한 자동차 종류를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집앞에 서 있는 자동차 두 대 중 한 대는 벤츠나 BMW이고 나머지 한 대는 도요타나 혼다라면 웬만큼 사는 집이라고 보면 된다.

GM이나 포드 등 미국 자동차만 두 대 있는 집은 그렇고 그런 집이라고 어림잡아도 틀리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은 GM이나 포드를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라고 부른다.

그러면서도 정작 미국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줄고 있다.

실제 타보니 다른 나라 자동차에 비해 형편없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애국심은 '추상적 개념'인 반면 품질은 '현실적 이해'라는 사고가 작용하는 탓이다.

이렇듯 품질에서 미국인으로부터도 외면당하다 보니 GM과 포드가 경영위기에서 빠져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을 3분의 1가량 줄이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자동차가 잘 팔리는 건 아니다.

GM이 현대자동차를 모방해 '10만마일 보증제'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지만 판매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포드자동차가 구원투수로 영입한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가 포드의 수호천사가 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GM과 포드가 합병하거나 제휴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때 협상을 했었지만 없던 걸로 했다"고 두 회사가 부인하고 나섰다지만 미국 사람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따지고보면 미국엔 자동차를 제외하곤 그럴 듯한 제조업체가 없다.

그런 자동차 회사마저 만만한 아시아 자동차 업체에 밀려 합병논의까지 했다니 놀랄 만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또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살기 위해 합병논의를 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니 말이다.

30년 가는 기업이 드물다고 한다.

그만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금은 잘 나가지만 언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지 모르는 게 요즘 기업이다.

그래서 GM과 포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것은 비단 현대자동차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모든 제조업과 모든 기업이 GM과 포드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소비자로부터 버림받는 기업은 그걸로 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