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땅값이 급등해서 분양가 인상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할 때는 콧방귀도 안뀌던 서울시가 분양가를 올리는 걸 보니 이제야 현실을 알게 됐나 보죠?"

서울시가 18일 은평뉴타운의 고(高)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부랴부랴 분양 원가를 공개한데 대해 민간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이처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서울시가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이유로 높은 땅값을 거론한데 대해 "서울시도 땅값엔 별 수 없는 모양"이라며 시큰둥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대지 비율이 40%로 높은 은평뉴타운은 토지 보상비가 평당 361만원에 달해 대지 비율이 6%인 판교(111만6000원)에 비해 세 배가량 높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명은 장차 건설사들의 고분양가를 용인해줄 수밖에 없는 '면죄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영개발로 추진된 판교신도시와 은평뉴타운마저 고분양가를 내세운 마당에 민간업체의 분양가를 통제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민간 건설사들도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땅값(원가)을 공개하고 고분양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이를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자승자박'의 논리를 제공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A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정부는 주변 집값 안정을 위해 '땅값이 올라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민간업체들의 주장을 사실상 묵살해왔지만,이번 일로 앞으로는 더 이상 업체들에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B건설 관계자는 "서울시로서는 급등한 땅값 때문에 이익을 최소한으로 하더라도 분양가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번에 인정한 꼴"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땅값 상승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분양가만 잡겠다고 강조하던 어리석은(?) 정책을 꼬집는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C건설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에서 보듯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땅값"이라며 "정부가 각종 개발 계획을 남발해 땅값을 계속 올려놓고,분양가는 낮추겠다고 나서는 모순된 정책의 허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시정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서욱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