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위안화의 느릿느릿한 상승속도에 워싱턴이 낙담하고 있다.

위안화의 달러페그제(고정)가 철폐된 이후 15개월 동안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4% 올랐을 뿐이다.

위안화의 변동성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하루 상하 변동폭이 0.3%로 제한돼 있다.

반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9545억달러를 기록했고 다음달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의 위안화 절상 반대론자들은 위안화 절상을 겨냥한 투기자금의 유입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국 부동산 시장과 위안화 거래가 안정을 찾으면서 최근 수개월간 투기적 움직임이 확연히 줄었다는 신호들이 많다.

중국 밖에 있는 투자자들이 쓰는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도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지난 상반기에 늘어난 외환보유액 1200억달러는 대부분 해외교역과 외국인직접투자,대미 투자수익 등으로 들어온 것이다.

교역을 가장한 투기자금은 극히 일부분일 따름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급증하는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해결하는데 위안화 절상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전적으로 가공무역을 중시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란 논거를 깔고 있다.

중국의 가공무역은 작년 1조4220억달러에 달하는 전체 교역규모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무역흑자의 대부분을 점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가공무역을 위한 수입부품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크게 감소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몇몇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가공무역 흑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가공무역을 많이 하는 외국 기업들의 법인세를 중국 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현재 중국내 외국기업들은 15% 남짓의 법인세를 낸다.

중국내 사업을 시작한 최초 몇년 동안은 법인세를 면제받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 기업들은 법인세로 33%를 내야 한다.

법인세를 같은 수준으로 부과하면 중국에 진출한 가공무역 업체들이 중국을 떠날 것이고 위안화 절상 압력도 줄어들 수 있다.

위안화 절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안화 절상은 투자 인센티브를 수출에서 내수 쪽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수출시장에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내수시장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경제성장을 수출에 의존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위안화 절상으로 미국과의 무역마찰이라는 최대 '정치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절상은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압력도 이런 흐름을 크게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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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상하이에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스티븐 그린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Trading on the Yuan'이란 제목의 칼럼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