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세청장들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OECD 국세청장 회의에서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국적을 막론하고 조세회피를 한 내외국 법인에 대해 민사상책임을 부과하고, 납세 등 세금관련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각국별로 추진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자본과 기술,인력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제적 거래에 대한 과세문제가 중요 현안이 되고 있는 실정에 비춰볼 때 OECD 차원에서 조세회피를 차단하는 국가간 공조와 제도적 장치 마련에 뜻을 모은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선언은 미국 등 OECD 26개 회원국을 비롯 중국 인도 등 9개 비회원국,국제통화기금(IMF) 등 3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공동 채택한 것으로,앞으로 각국 조세관련 법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제적인 조세회피 방지는 한두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SK·소버린사태'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등의 경우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외국계 펀드가 엄청난 차익을 내고도 소재지가 조세회피 지역이라는 이유 등으로 세금 한푼 내지 않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복잡한 국제거래 및 투자절차 등을 통해 이전가격을 조작하거나 조세협정을 악용하기도 하는 등 조세회피 행위 또한 갈수록 고도화 지능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조세 피난처로 인한 세수감소 규모가 연간 400억~7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원칙마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적 조세회피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간 공조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 당국은 조세피난처 국가들과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서둘러 마련하는 것은 물론 각종 조세협정을 악용하는 사태를 막는데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세회피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다른 법 집행기관들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조세제도와 징세시스템을 보완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