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서민들의 희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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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박14일 일정의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16일 귀국했다. 이번 해외순방의 하이라이트였던 한·미정상회담은 6자회담 재개,한·미 FTA,전시 작전통제권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양국 정상의 협상의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얼굴을 붉히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담이 순탄했음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엔 해외순방으로 잠시 잊을수 있었던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이번 주초 결론을 맺어야 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문제,보수와 진보세력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작권 이양시기 논란,한·미 FTA 추진 방안 등 골치 아픈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 밖에 많은 현안들이 있지만 노 대통령은 침체수렁에 빠져있는 민생경제를 더이상 간과해선 안될 듯 싶다. 서민들 입장에선 국가 장래를 좌우(?)하는 굵직굵직한 현안보다 오히려 '민생고'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FTA,전작권 논란 등이 이들의 눈에는 '가진' 사람들간의 정쟁에 불과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작권이니 성장률이니 하는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사는 것은 바라지 않고,단지 조용히 먹고살 수만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뭔가 변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참여정부의 개혁을 지지했는데 '386'인지 뭔지… 국회도 마찬가지죠. 허구한 날 싸움만 일삼고. 아무튼 빨리 1년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찾았던 카센터 주인의 푸념이다. 최근 만났던 지인들도 서민경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들려주었다.
"벤처기업 현실은 암담합니다. IT업계에 많은 후배들이 있는데 한결같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당장 힘든 것은 견딜 수 있는데,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2년 전부터 지속됐다는데…."(인터넷 포털업계 종사자 S씨) "지방경제도 정말 형편없습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문닫는 음식점,선술집 등도 속출하고. 뭔가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부산 조경업자 J씨)
이들 얘기의 공통점은 서민들이 '희망이 없는 삶'을 산다는 데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충분히 감내하며 살 수 있는 데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아픈'얘기로 들리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물론 정부는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을 늘려놓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정작 건설경기 등을 부추겨 지역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SOC 예산이 수년째 줄어들고 있어 하는 소리다.
정부의 신뢰 회복도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다. 청와대와 정부가 수도권 지역 집값에 대해 '버블'(거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정작 분당 인근에 위치한 판교 분양가는 현재의 시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버블론'이 거짓말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입증했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김형배 정치부장 khb@hankyung.com
이제 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엔 해외순방으로 잠시 잊을수 있었던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이번 주초 결론을 맺어야 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문제,보수와 진보세력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작권 이양시기 논란,한·미 FTA 추진 방안 등 골치 아픈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 밖에 많은 현안들이 있지만 노 대통령은 침체수렁에 빠져있는 민생경제를 더이상 간과해선 안될 듯 싶다. 서민들 입장에선 국가 장래를 좌우(?)하는 굵직굵직한 현안보다 오히려 '민생고'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FTA,전작권 논란 등이 이들의 눈에는 '가진' 사람들간의 정쟁에 불과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작권이니 성장률이니 하는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사는 것은 바라지 않고,단지 조용히 먹고살 수만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뭔가 변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참여정부의 개혁을 지지했는데 '386'인지 뭔지… 국회도 마찬가지죠. 허구한 날 싸움만 일삼고. 아무튼 빨리 1년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찾았던 카센터 주인의 푸념이다. 최근 만났던 지인들도 서민경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들려주었다.
"벤처기업 현실은 암담합니다. IT업계에 많은 후배들이 있는데 한결같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당장 힘든 것은 견딜 수 있는데,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2년 전부터 지속됐다는데…."(인터넷 포털업계 종사자 S씨) "지방경제도 정말 형편없습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문닫는 음식점,선술집 등도 속출하고. 뭔가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부산 조경업자 J씨)
이들 얘기의 공통점은 서민들이 '희망이 없는 삶'을 산다는 데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충분히 감내하며 살 수 있는 데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아픈'얘기로 들리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물론 정부는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을 늘려놓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정작 건설경기 등을 부추겨 지역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SOC 예산이 수년째 줄어들고 있어 하는 소리다.
정부의 신뢰 회복도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다. 청와대와 정부가 수도권 지역 집값에 대해 '버블'(거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정작 분당 인근에 위치한 판교 분양가는 현재의 시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버블론'이 거짓말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입증했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김형배 정치부장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