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한비야.오지 여행으로 사람들 궁둥이를 들썩이게 하다가 긴급구호 활동으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자랑하는 그녀가 '바람의 딸,우리 땅에 서다'(푸른숲) 개정판을 내놨다.

7년 전에 걸었던 해남 땅끝마을에서부터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의 2000리 길을 다시 밟은 것.

'Like Calls Like'(내가 좋아하면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라는 서양 격언처럼 세상 속의 그녀와 그녀가 보는 세상은 정말 좋아해서 보지 않으면 미칠 정도로 서로를 끌어 당기는 걸까.

그리운 사람들을 호명(呼名)하며 걸었던 산하 곳곳의 숨은 이야기와 정겨운 풍경들이 행간 여기저기서 오롯이 되살아난다.

'변하지 않은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남도 사투리,무덤,일제의 잔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지명이 그것들이다.

전국은 아직도 공사 중이고,지방도로 597번은 변함없이 아름다웠으며,우리나라 국토는 여전히 분단되어 있었다.'

제일 힘들었던 게 '매일 밤 여관에서 자는 것'이었다는 그녀가 묘사한 우리 여관은 어떤 모습일까.

'출입문은 노래방이나 다방과 같이 쓰도록 되어 있어 다른 볼 일로 온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

방 안에는 초록색 스킨,하얀 로션이 있는데 전국 공통사항이다.

베개에는 예외없이 머리카락이 붙어 있고 벽에는 나 여기 와서 뭐뭐하고 간다는 원색적 설명이 있는 그림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불빛은 이름하여 푸줏간 조명,빨간색이 대부분이다.

종업원들은 손님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근무수칙 제1조 1항이기 때문이다.' 336쪽,98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