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惠淑 < 이화여대 대학원장 hsllee@ewha.ac.kr >

천재들의 성공은 항상 평범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부러움과 감동의 대상이 된다.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수학의 노벨상으로 4년마다 40세 미만의 수학자 2~4명에게 수여)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의 페럴만이 최초로 수상을 거절해 화제다.

페럴만은 100년이 넘게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던 문제이자 클레이 연구소의 상금 100만달러가 걸린 푸앵카레 가설을 해결한 공로로 수상자 중 한 사람으로 결정되었다.

페럴만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저명한 수학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내고 공동 연구를 하기를 원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하자 혼자 연구한 푸앵카레 가설의 증명 요지를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이를 검증한 일부 저명한 수학자들이 증명의 타당성을 인정해 미국의 여러 유수 대학에 다니며 초청강연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의 아이디어가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 공로로 그는 영예의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이미 그는 일부 수학자들의 신실성(信實性)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은둔한 터였다.

결국 국제수학연맹 회장이 러시아까지 날아가 상을 받아줄 것을 요청하게 됐다.

필즈상 수상자는 대회 직전까지 비밀에 부치는 것이 관례로 사전에 회장이 대상자를 방문해 수상 수락을 요청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그는 자신의 증명이 옳다는 것을 수학자들이 이해한 것으로 충분하고 이를 알아주는 상은 불필요하다면서 모든 수학자의 선망인 이 상을 거절했다.

특별히 수학자가 될 계획은 없었으나 수학을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문학을 즐기며 오페라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는 용돈을 털어서 오페라 레코드를 장만한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자유롭게 지적(知的) 유희를 즐기고 창의성을 키우며 성장한 한 수학 천재가 수많은 수학자들이 도전했던 가설을 드디어 해결해서 수학계를 흔들어 놓고 정작 주인공은 초연하다.

아직도 맨 뒷자리에서 오페라를 즐기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페럴만의 천재성이 한없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러시아의 수학자 고로모프는 페럴만의 자세를 '위대한 수학을 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마음으로 전념해야 하고 그 밖의 것은 모두 인간의 약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상을 받는 것도 인간의 약함을 내보이는 것이다'라고 정리하였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어린 천재와 영재들은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며 자유롭게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면서 그들의 천재성이 발휘될 때를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른들에 의해서 인간의 약함에 너무 일찍 노출되어 귀한 영혼이 조기에 낭비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