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ㆍ노사로드맵 `마이웨이'

국내 노동계를 양분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사 로드맵을 놓고 `협상'과 `투쟁'으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또다시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양대 노총은 올해초 비정규직법을 놓고도 한국노총이 타협을 선택한 반면 민주노총은 사용사유제한 등을 고집하면서 노사정 합의를 거부한 바 있다.

중소기업 노조 위주인 한국노총은 11일 조직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조건없이 3년 유예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대신 복수노조제 유예와 대체근로 허용 등을 양보하면서 노사정 대타협을 성사시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3년 유예에 합의했지만 무작정 유예하자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노조 재정 등을 감안해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라며 "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감하지만 노조 재정 자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노사 로드맵 협상이 타결되자 한국노총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체 노동자의 기본권을 포기했다며 한국노총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협상을 끝내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으로부터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여부는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하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복수노조는 즉각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노사정 타협을 거부해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부와 한국노총, 경영계가 민주노총을 제외하고 로드맵을 합의한 것은 노동자를 기만하고 노동권을 유린하는 폭거"라며 "5자만의 합의를 통한 협상 타결은 노동자의 권리를 탈취함과 동시에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경영계간 합의를 `밀실 야합'으로 규정하고 로드맵 입법화를 막기 위해 10월말 또는 11월 중순 총파업을 벌이는 등 장외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비정규직법에 이어 노사 로드맵 마저 행보를 달리하면서 양대 노총간 앙금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