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이달 말까지 서울 뉴타운에서 20여곳을 재정비 촉진지구(이하 재정비 지구)로 지정할 방침이지만,후보지로 꼽히는 뉴타운의 재개발지분 시장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건교부와 서울시가 재정비지구로 지정되기 전에도 6평 이상의 토지 거래에 대해 허가제를 실시키로 하면서 대다수의 2차·3차 뉴타운에서는 재개발 지분을 사려는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반면 이미 사뒀던 지분을 팔려는 문의는 늘어나는 등 썰렁한 분위기다.

재정비 지구가 큰 호재로 받아들여졌던 지난 4∼5월과 비교해서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호가는 아직 5월보다 최고 평당 500만원 오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일부 뉴타운에서는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가격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망하고 있다.

8일 재정비지구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주요 뉴타운지역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재개발 지분에 대한 매수 문의가 거의 끊겨 관망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재정비지구로 유력한 3차 뉴타운인 신길뉴타운의 경우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았던 매수 문의가 최근에는 부쩍 줄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중간에 팔고 나가기가 힘들어 단기 차익은 고사하고 환금성도 확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 곳 드림공인 관계자는 "지구 지정 전에 지분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하지만 호가가 높아 매수자가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신길뉴타운의 10평 내외 지분값은 지난 3∼4월에 비해 평당 1000만~2000만원 오른 평당 18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3차 뉴타운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에서도 최근 매수세가 끊겼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 등 재정비 지구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점차 사라지면서 현재 평당 1400만원 안팎인 평균 호가보다 40만~50만원 싼 급매물만 찾는 사람이 간혹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상계뉴타운(3차)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제공인 관계자는 "낙후된 뉴타운에서 실제 거주하면서까지 투자를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추가분담금을 내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여력이 안 되는 원주민들은 지구 지정 전에 팔고나가야 한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남뉴타운이나 아현뉴타운 등 2차 뉴타운에서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평당 지분값이 4500만~5000만원까지 올라 있는 한남뉴타운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센트럴공인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어 굳이 중간에 팔지 않아도 되는 외지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어서 타격이 크지는 않겠지만,가격이 더 오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아현뉴타운의 이화공인 관계자는 "재정비 지구 얘기 때문에 오히려 거래가 없어져 중개업자들이 다 죽게 생겼다"며 "몇 달 전 비싼 가격에 지분을 사놓았던 사람들의 원성만 높다"고 전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