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보면 대도시 관광상품 전문점은 물론 지방의 작은 호텔에서도 전통의상인 기모노나 유카다를 판다.

음식점을 비롯한 서비스업체 종업원들이 기모노를 입고 일하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식당에선 치파오,베트남 식당에선 아오자이 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

전통의상을 생활에 그대로 활용하는 건 물론 외국인들에게 이색패션 내지 관광기념품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주변국의 이런 모습과 달리 한복은 날이 갈수록 일상에서 멀어진다.

예복과 함께 명절복으로 쓰이던 것도 옛말,결혼식 때나 겨우 입을까 애 어른 할 것 없이 설과 추석에도 거의 입지 않는다.

입기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다.

1996년 문화체육부가 매월 첫째 토요일을 '한복입는 날'로 제정하면서 생활한복 붐이 일었지만 소재와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만 남긴 채 한때의 유행으로 끝났다.

시류에 편승해 난립한 업체들의 마구잡이 제작이 원인이었다지만 전통한복의 아름다움과 거리가 있는 형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실에선 이렇게 사라진 한복이 안방극장에선 다양한 형태로 되살아난다.

사극, 특히 고구려극 열풍이 불면서 TV 속엔 온갖 유형의 한복이 등장하는 게 그것이다.

MBC '주몽',SBS '연개소문',KBS '대조영'의 화면은 전통 한복이 어느 정도 화려하고 다채로울 수 있는지 겨루는 경연장처럼 보일 정도다.

시대적 차이가 있다곤 해도 의상이 완연하게 다른데 대한 변은 여러 가지다.

'주몽'의 의상은 상상력의 소산,'연개소문'과 '대조영'은 벽화 등 자료에 충실하려 했다는 얘기다.

어느 쪽이든 극의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의상에 상당한 비용을 들이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덕분에 한복 관련 업체들이 특수를 누린다고도 한다.

고구려의 진짜 의상이 어땠는지는 알 길 없다.

그래도 사극 열풍이 사라져가는 한복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내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문화관광부가 '한복 공모전' 개최 등 한복 살리기에 다시 나섰다고도 하니.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