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奉鎭 < 비상임논설위원·YSK 대표 >

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사회의 '종합병리'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게임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주제일 수밖에 없고 오늘은 따라서 그런 게임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가상 실험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요즈음 우리사회의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대기업 시험은 물론 행정·사법·외무고시에다 심지어 당연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사관학교 입학·졸업성적에서도 여성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집 딸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들이 문제"라고 말하는 가정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될 뿐 아니라 직장 일을 시켜 봐도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한 가지 그럴 듯한 이유를 꼽는다면 단연 '컴퓨터 게임에 매몰되는' 남학생이 여학생들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를 '가설(假設·hypothesis)'로 설정해 자료를 모아 통계검증을 해보고 그 결과를 가지고 여러 가지 추론을 유도하는 작업을 해내면 좋은 박사학위 논문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게 무슨 박사학위감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대개 거대담론(巨大談論)의 포로가 되어 있는 학생들은 학위를 받는 확률이 높지 않다.

반면 그저 "만리장성(기존의 연구) 위에 벽돌 한 장 더 올려놓는다"는 겸손함과 구체적 연구주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작은' 제목을 들고 오는 학생의 학위취득 성공률은 상당히 높다.

물론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과 게임을 적게 하는 학생 사이의 성적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가설(假說) 또한 세울 수 있다.

여학생들 간에도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성적차이가 날 수 있다는 가설설정 또한 가능하다.

남녀 학생 각각 150명 정도씩을 무작위(無作爲)로 추출하여 이들이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을 독립변수로 하고 능력지표(수능성적,학교성적,TOEFL 등)를 종속변수로 하여 그 상관관계를 따져 보면 앞서 거론한 여러 가지 가설들이 '통계적으로' 뒷받침되는지 여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과 성적 간의 상관관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과 각 개인의 집중력, 끈기, 창의력, 근면성 등과의 상관관계 또한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변수들이다.

이런 연구결과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간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만약 이 같은 분석 결과 상관계수가 높게 나온다면,부모들은 게임에 중독된 아들을 야단칠 수 있는 '과학적' 채찍(?)과 근거를 갖게 된다.

이 자료를 들이대며 게임을 그만두도록 요구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셈이다.

만약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과 성적 간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게임을 못하게 하는 부모는 아무런 '근거 없이' 게임하는 아이만 못살게 구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남녀간의 능력차'와 '남녀간의 게임하는 시간차' 간의 상관관계가 제로(zero)인 것으로 밝혀지면 '남성보다 빠른 여성의 사회진출 성장속도'의 요인을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의 성별 차이' 이외의 다른 요인에서 찾아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게임산업은 우리 한국이 향후 먹고 살기 위한 주요 기반'이라며 장려정책을 고수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컴퓨터 게임이 국민의 건강,특히 정신적 건강을 심각히 해치는 요인이라면 게임산업 육성과 개발지원의 당위(當爲)를 보다 원천적인 시각에서 심각하게 재검토해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자녀들의 정신세계와 혼을 지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