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서 나온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따로 지내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양그룹에서 오리온그룹이 계열분리된 2001년 이후 '마이웨이'를 걸어온 두 그룹이 각각 동양시멘트와 오리온(옛 동양제과)의 창립일을 기준으로 삼아 50주년 행사를 열기로 한 것.두 그룹 경영은 현재 고(故) 이양구 창업회장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과 둘째사위 담철곤 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먼저 50주년 기념식을 가진 쪽은 담 회장의 오리온그룹.창업 회장이 풍국제과를 인수,동양제과(현 오리온)를 설립한 날(1956년 7월25일)과 오리온그룹 출범일(2001년 9월1일)을 동시에 기념하기 위해 1일 50주년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엔 담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을 비롯해 OCN(케이블채널) 메가박스(영화관) 베니건스(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팀장급 이상 400여명이 참석했다.

동양그룹의 현 회장과 부인 이혜경 동양매직 고문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오리온그룹은 이날 기념식을 철저한 내부 행사로 치렀다.

외부 인사를 초청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다.

창업 회장의 동양시멘트 설립일을 기준으로 내년에 대규모 5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 중인 동양그룹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현 회장은 특히 지난 6월15일부터 창립 50주년이 되는 내년 6월15일까지 임직원들과 함께 10회에 걸쳐 지리산 백운산 덕유산 속리산 등 백두대간 주요 명산을 종주하는 대장정을 시작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오리온그룹측이 '몸을 낮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두 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고 이양구 회장은 생전에 동양의 창립 기념일을 동양시멘트 설립일로 정한 바 있다"면서 "계열분리됐고 영위하는 사업도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다른 행사도 아닌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따로 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