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욕하고 나니 창구가 닫혀 버렸다.'

한·일 관계를 집약한 말이다.

고이즈미 총리-노무현 대통령이 함께 집권한 2003~2006년은 한·일 관계에 있어 최악의 시기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에 올인해 한·일 관계는 뒷전이었고 노 대통령은 2년간 일본과의 정상 회담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떠나고 외교에 자신감을 보이는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하는 것을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한국에 그와 가깝다고 할 만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아베의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상과 가까웠던 것 정도다.

한·일의원연맹의 간사인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본과의 관계가 단절되다시피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베 장관 스스로는 한국에 관심이 많아 정치 사회 등 한국 내부 사정을 깊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개인 자격으로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해 선친 때부터 안면이 있는 한국 H그룹 총수 등 재계 및 관계 인사를 만나고 돌아갔다는 소문도 있다.

특히 부인 아키에씨는 공개적으로 '한류팬'이라고 밝힐 정도다. 가끔 아베 장관과 함께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정권 아래서 한·일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선 타협의 여지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종 연구소 진창수 박사는 "아베 장관이 지난 4월 신사 참배를 하면서 '한 번은 가겠지만 더는 안 가겠다'는 신호를 보낼 만큼 유연함이 있다"며 "우리도 일본이 성의를 보이면 타협에 응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