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 인기 연예인들이 만원 한 장으로 1주일을 버티는 내용이다.

지난 주에는 최고의 록가수 김종서와 김새롬이 출연했다.

1주일에 만원이면 하루 1500원으로 사는 꼴이다.

자기 차를 타는 비용,주거비,집에서 먹는 밥,예전에 지출했던 교육비 같은 것들은 아예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만원으로 사는 건 아니지만,그런데도 어쨌든 눈물겹게 힘든 일이기에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볼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로 일주일에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60억 인구 중 30억명 이상이 그렇다.

짐바브웨는 전 국민의 83%,세네갈은 63%,중국은 47%가 2달러(약 2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반면 한국은 2% 미만이며,미국 호주 홍콩 싱가프르 같은 나라들은 그런 통계를 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적다.

재산권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고,그 반대의 나라들은 빈곤층의 숫자가 적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시장경제는 경제성장을 가져오고 경제성장은 가난을 줄여준다.

한국도 60년대까지는 국민의 대다수가 아마도 하루 2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연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절대적 가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2% 미만이라면 거의 0에 가깝다.

우리의 경험은 이렇다.

경제성장 이전에는 모두가 가난하고 굶주린 상태다.

그러다가 하나둘씩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서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해가는 과정이 경제성장이다.

대학교육 받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다가 결국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고,자가용이 사치품이다가 필수품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지난 45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은 그처럼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시장경제가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같은 잘못된 고정관념이 퍼진 이유는 시장경제가 허용하는 불평의 자유 때문일 것 같다.

사회주의체제에서도,봉건왕조체제에서도 더 심한 가난이 존재했고,지금도 존재하고 있지만,그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은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

시장경제나 자본주의 체제는 자유를 주고 그 자유는 불평의 자유까지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통해서 가난이 줄어들어 왔음에도 가난을 불평하는 목소리는 어느 체제에서보다 높다.

그러다 보니 그로 인해 마치 시장경제가 가난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믿게까지 된다.

중국의 현대사를 보자.마로쩌둥(毛澤東) 시절에 대약진이니 문화혁명이 하면서 3000만명이 굶어 죽을 정도였지만,불평은 없었다.

오히려 지식인들은 마오쩌둥과 중국의 희망을 노래했다.

그런데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시장경제식 개혁개방 이후 불평이 늘고 시위가 빈발해 왔다.

누구든 그 전보다 형편이 나아지면 나아졌지,더 못사는 사람은 없는데도 그렇다.

경제활동의 자유는 시간이 가면서 정치적 자유로 이어지고,그것이 가난에 대한 불평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불평이 많다고 해서 실제로 가난도 많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난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시장경제다.

김정호(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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