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비전 2030'에 대해 정치권은 여야 구별없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구체적 실천방안도 없는 '장밋빛 희망'을 열거한 것으로 국면전환용이자 대선전략용일 뿐"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도 비판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1일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비전 2030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3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당 의원·원외 당직자 합동연찬회에서 "나라장래에 관해 30년 뒤 청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완전히 '뻥'"이라며 "아라비안나이트도 아니고,헛된 꿈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라"고 맹비난했다.

강 대표는 "2030년까지 1000조원이 넘게 든다는데 엄청난 규모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세금폭탄으로 국민을 압박하다 이제 세금 지뢰를 묻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도박게이트가 신문 지면을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은 아닌지,그것도 아니라면 정권 재창출에 활용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며 "임기 말에 내놓은 비전 2030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미래전략보고서가 아니라 집권 연장을 위한 대선전략보고서이며,국민을 지상낙원으로 인도하는 희망보고서가 아니라 노무현정권의 허상을 확인시키는 절망보고서"라고 혹평했다.

열린우리당 내 경제통 의원들도 곱지 않은 시각을 드러냈다.

우제창 제3정조위원장은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급인력을 사용해 교과서와 같은 것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도달하는 길이 어려워보인다"며 "청와대가 국민적 합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2010년까지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지 믿기 힘들다"고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의원도 "국민들이 미래에 암에 걸리지 않게 예방해주는 것보다 당장 목에 걸린 가시를 빼주는 게 급하다"며 "방향은 바람직해보이지만 숫자를 갖고 언급하는 것은 아주 비전문적인 것이고 장기전망은 귀신도 맞힐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강봉균 정책위 의장은 "2030년까지 대통령이 몇 번이나 바뀔텐데 그때까지 우리 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개혁해야 선진·복지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지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기초 자료로 삼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인식·강동균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