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계와 노동계가 노조의 강력한 경영참여 수단인 감독이사회의 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0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공동 의사결정' 연례회의에 참석해 노사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1월쯤 감독이사회 개편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독일의 감독이사회는 기업의 중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진 임명,임원들의 연봉 등을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1976년 제정된 관련 법규에 따라 독일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은 직원이 2000명 이상일 경우 감독이사회의 절반을,500~2000명 미만일 경우 3분의 1을 노조측 추천위원으로 채워야 한다.

독일산업연맹(BDI)은 감독이사회가 독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감독이사회 설치를 '의무'에서 '선택사항'으로 바꾸고 감독이사회 내 노조측 추천위원의 비율도 3분의 1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계 싱크탱크인 IW연구소의 호르스트 우도 니덴호프 연구원도 "감독이사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해외에 법인을 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공동의사 결정 제도를 피해갈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며 "노조가 독일 경제에 장기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비스 및 무역 부문 산별노조인 베르디의 로타 쉬뢰더 집행이사는 "공동의사결정은 기업의 전략적 경영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재계가 시계를 몇 십년 뒤로 돌리려 한다"고 반박했다.

노동계는 또 노조측 추천위원이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업이 지금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T는 이와 관련,감독이사회는 재계 입장에선 비용 부담 요인인 반면 노조 입장에선 짭짤한 수입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독이사회의 노조측 인사가 받는 보수가 노동단체로 흘러들어가 노동운동의 자금원이 되고 있으며 이런 자금 규모가 1995년부터 작년까지 2억6800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로선 감독이사회 개편과 관련해 재계 의사가 관철되기 쉽지 않으며 오히려 독일 기업들의 해외 사업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이들이 감독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