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희망한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중장기 비전보고서인 이른바 '비전 2030'을 정부가 내놨다.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양극화,세계화 등 경제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 향후 25년 정도를 내다보며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자는 얘기다. 이를 통해 2030년에 가면 1인당 GDP가 4만9000달러, 삶의 질 순위는 현재의 미국 수준을 추월(追越)하는 그런 국가로 만들겠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정부가 비전을 국민들에게 내놓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선진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를 통해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비전이라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것까지 함께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전 2030은 바로 그런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측면이 적지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1100조원의 추가재원을 들여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복지분야 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재원 조달방법에 대해 2010년까지는 별도의 추가적인 증세(增稅) 없이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그리고 그 이후에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단순히 계산을 해 봐도 매년 45조원이나 소요되는데 조달계획은 너무나 막연하기만 하다.

시기적으로 보아도 그렇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국민들은 솔직히 현 정부가 제시하는 중장기 비전보다 차기 정부가 어떻게 할지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비전의 공론화(公論化)조차 제대로 될지 그것도 의문이다.

내용적으로도 문제점들이 적지않아 보인다. 정부는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마치 모든 일을 정부가 다할 수 있다는 듯 해놨다.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등 민간부문을 최대한 활성화하려는 선진국들의 추세와는 뭔가 반대로 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결국 또 한번 논란만 제기한 채 끝날 공산이 큰 비전이다. 지금 국민들이 참여정부에 간절히 바라는 것은 남은 1년 반 동안 장기비전 수립으로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경제회생의 계기라도 마련해주는 그런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