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비전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 보고서를 통해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으나 정작 중요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국민들에게 미뤄놨다.

1100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25년 동안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면 세금을 더 걷든,국채를 더 발행하든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어쨌든 국민들이 부담을 더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정부가 앞장 서 꺼내기 싫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재원 조달 방법에 따라 세대 간 부담이 달라져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고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증세를 논하기 어렵다는 속내가 깔려있다.

○국채 발행 500조원 더 들어

전문가들은 복지국가 건설에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재원 조달 방식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 결정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단 국채 발행은 현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채무 부담이 온전히 후세로 전가되고 만만찮은 이자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기획처는 25년 동안 1100조원을 국채로 발행할 경우 총 500조원의 이자 비용이 추가 발생,부담이 절반(45.5%) 정도 늘어난 1600조원까지 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국가 채무비율이 현재 30% 안팎에서 25년간 매년 2%포인트씩 증가해 2030년께엔 73.4%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후세대들은 매년 이자비용 때문에 나라살림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우려다.


○세 부담 등 연봉의 30%까지 늘듯

기획처는 뉴질랜드의 경우 국가 채무비율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세금 위주로 복지지출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은연 중에 증세를 통한 재원 조달 방안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금 인상은 국민들에게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을 통해 세금을 직접 더 걷어 쓰기 때문에 국채 발행처럼 조달비용이 없다. 반면 현 세대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국민 1인당 세 부담액은 365만원으로 조세부담률은 19.7%,세금에다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료 등)을 합한 금액은 465만원으로 국민부담률은 25.6%에 달한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비전2030'을 위해서는 △2006~2010년까지는 GDP의 0.1%(총 4조원) △2011~2030년까지는 GDP의 2.1%(1096조원)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각각 24.%와 3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게 기획처측의 추정이다.

이 경우 국민들은 한 해 벌어들인 돈의 30%를 세금 보험료 등으로 내놔야 하는 만큼 미래를 위한 저축 등의 여력은 아예 상실하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정부가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 3.8%를 예상했는데 이런 세 부담 구조 하에서는 어림도 없는 수치"라고 진단했다.

○시장을 활용하는 방안 찾아야

재원을 국채와 조세로 절반씩 충당하는 방안도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 전에는 국가 채무 비율을 40% 수준으로 유지하다가 통일 후 소요되는 재원을 국가 채무와 조세로 나눠 조달했다.

그러나 이는 세율 인상 폭을 다소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국가 채무가 여전히 크게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증세는 곧바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므로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국채 발행은 장기적인 재정정책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국채냐,증세냐는 속단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좀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너무 재정을 늘리는 방안만 생각하고 있다"며 "이보다는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을 높이고 거기서 나오는 조세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나머지 복지수요는 민간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