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으로 불리는 PC사업에 뛰어드는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중소기업이 블루오션 찾기가 쉬운가요.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해도 지켜내기 어려워요.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PC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진화할 것입니다."

법정관리 기업인 삼보컴퓨터를 인수하겠다며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에이치앤티(H&T)의 정국교 사장(46).덩치도 작은 회사가 삼보컴퓨터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에이치앤티는 PC TV 캠코더 등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핵심 부품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141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 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가 인수하겠다는 삼보컴퓨터는 한때 4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던 대표적인 PC 메이커다.

과연 PC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완제품 메이커를 삼킬 수 있을까.

삼보컴퓨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에이치앤티를 비롯해 중국 PC업체 레노버의 한국 법인인 한국레노버,일본 노트북 유통업체인 MCH와 MBK파트너스 등 펀드 한 두 곳 정도로 알려졌다.

법원과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는 계속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뒤 다음 달 29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자신을 "PC와 유난히 인연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1990년대에 PC와 CD롬 등 관련 부품을 생산하던 중견기업 태일정밀에서 일하다가 2000년 회사 동료들과 함께 에이치앤티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주로 PC 저장장치 HDD에 들어가는 HSA(Head Stack Assembly:일명 헤드)라는 핵심 부품을 만든다.

정 사장은 PC의 미래에 대해 TV 등과 결합되는 홈엔터테인먼트 영역과 휴대성이 강조되는 모바일PC 영역으로 흐름이 나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삼보는 브랜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마케팅 전략을 가다듬는다면 중견 PC업체로서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치앤티는 삼보컴퓨터를 인수하기 위해 300억여원의 보유 현금을 동원하고 벤처캐피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1000억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PC사업을 하게 되면 삼성전자에서 HDD를 조달하게 된다"며 "그저 납품만 하던 업체에서 서로 거래하는 협력업체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컴퓨터 입찰에 대해서는 우려도 많이 했다.

정 사장은 "에이치앤티가 유일한 한국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잘 봐달라는 게 아니라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본다"며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 중에는 단순히 정보를 캐내기 위해 뛰어든 업체도 있고 투자수익만 노리고 참가한 업체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