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뛰어난 IT 기술과 엄격한 금융 규제에 두 번 놀랐습니다."

세계 최대 저축은행인 독일의 스파르카센(Sparkassen)의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마티아스 라베씨(31)는 한국의 동부저축은행에서 한 달간 연수를 받은 뒤 먼저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등으로 이어진 한국의 실시간 중앙결제시스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운을 뗐다.

라베씨는 동부저축은행과 독일의 저축은행협회 간 업무제휴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했다.

국내 저축은행업계에서 일한 첫 번째 외국인인 셈이다.

라베씨는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평가받는 한국 저축은행의 인재양성 시스템도 독일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베씨를 정말 놀라게 한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저축은행이 수신과 여신 외에 다른 업무는 거의 할 수 없는 한국 저축은행 업계의 현실이 그것이다.

독일 저축은행의 경우 펀드와 신용카드 등 거의 모든 금융영역을 할 수 있다는 게 라베씨의 설명.이러한 영업 기반을 바탕으로 독일 저축은행의 전체 자산은 1조140억유로(약 1100조원)로 시장점유율이 전체 은행업계에서 50%를 넘고 있다.

라베씨는 8200만 독일 국민 중 저축은행 예금계좌를 보유한 사람이 6200만명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라베씨는 "저축은행의 성공 여부는 지역 고객들과 얼마나 밀착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를 최소화해야 하며 저축은행은 고객 관리를 엄밀하게 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 두 가지 점에서 모두 뒤처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라베씨는 "선진국 중 저축은행이 발달되지 않은 나라가 없다"며 "한국 정부도 준비된 자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우량 저축은행에 한해 차등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상품개발 및 위험 관리 업무를 수행한 라베씨는 독일 저축은행협회(DSGV)와 동부저축은행 간 업무 제휴를 계기로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다.

동부저축은행은 앞으로도 이 같은 외국 저축은행과 상호 인력 연수를 활성화해 공동상품이나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득(고려대 경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