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명품 전당포의 원조격인 '캐시캐시'의 오형원 대표는 요즘 얼굴 표정이 밝다.

지난해까지 제자리 걸음이었던 명품 담보 대출액이 올 들어 80%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황 때문인지 명품을 맡기고 대출을 받는 고객들이 늘면서 대출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시캐시는 2003년 초 일반 전당포에서 명품 전문 전당포로 탈바꿈했다.

2002년 말부터 전당포를 대부업체로 흡수하는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 전당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특화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전국에 8개 지점을 내며 기업형 명품 전당포로 변화한 첫 해인 2003년 매출액은 8억원 정도.그러나 이제 서울 청담동 본점 대출액만도 15억원(6월말 현재)에 이르렀다.

2년반 만에 87.5% 늘어난 셈이다.

명품 담보 대출의 이자는 월 3.5∼5%(연 42∼60%)로 캐시캐시 청담 본점의 경우 매달 4000만원가량의 이자 수입을 올리고 있다.

수입원은 대출 이자뿐만이 아니다.

담보물인 명품을 찾아가지 않거나 고객들이 중고 명품을 아예 팔아달라고 맡긴 '위탁 판매'수입도 한 달에 4000만원 정도 된다.

특히 올 들어 위탁 명품 수가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증가하면서 한 달 매출이 1억5000만원을 초과했다.

임종철 캐시캐시 이사는 "위탁 판매 수익의 15% 정도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며 "중고 명품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팔아달라는 명품 수가 많아져 위탁판매의 수익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상품 가격이 160만원인 루이비통 가방은 몇 해 전만 해도 1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80만원 선에서 팔리고 있다.

하지만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40∼50% 정도 늘었다.

대출과 위탁판매액을 합하면 올해 청담본점의 예상 매출액은 33억원 정도며 캐시캐시 전 매장의 매출은 올해 처음 6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성장세가 지속되자 캐시캐시는 연내에 대구에 프랜차이즈점 두 곳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확장 일로에 있는 것은 다른 기업형 명품 전당포인 '구구스'도 마찬가지다.

캐시캐시에 이어 후발주자로 나선 구구스는 앞으로 일산과 대구 부산 광주 등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점을 신설할 예정이다.

구구스의 경우 온라인 거래 비율이 70%가 넘어 이를 대치동 본점의 매출로 잡으면 오프라인 중심인 캐시캐시 본점 매출액보다 오히려 높은 편이다.

2003년 12억원 선이었던 구구스 대치동 본점의 매출(온라인 포함)은 올해 말에 45억50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기훈 구구스 대표는 "중고 명품 시장에도 중고차처럼 리사이클 개념이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중고차와 달리 중고 명품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아 몇 개 업체 중심의 독과점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김보람(숙명여대 경영) 인턴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