薛東勳 < 전북대 교수·사회학 >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더욱이 내년 1월1일부터는 '업종단체추천 산업연수제도'가 폐지돼,한국의 생산기능직 외국인력제도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될 예정이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외국인노동자의 한국사회 적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한층 더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가 한국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것은 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그리고 한국사회의 대외 이미지 제고(提高)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제도로서의 고용허가제는 '노동력'이 아닌 '인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고용허가제는 국내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하여 외국인력을 받아들이되 이민자로서가 아니라 '일정 기간 노동력만 제공한 후 되돌아 갈 사람',즉 '이주노동자'의 지위를 부여해 왔다.

이주노동자 제도는 국민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 노동력을 단지 일회용품처럼 취급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노동자를 '노동력'의 차원으로만 접근하고,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존재한다.

인간을 노동력으로만 대하면 그들의 불만이 누적돼 사회적 폐해가 증가하므로,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즉 우리는 외국인노동자를 노동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야 할 대상으로 파악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의 문화 및 복지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한국사회의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사회통합의 대상으로 설정한다면,한국인들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것만큼 그들의 권리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의 순조로운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일은 정부와 민간이 서로 손을 맞잡고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사용자ㆍ노동자ㆍ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를 관리하는 정부조직(지방노동관서ㆍ근로복지공단ㆍ한국산업인력공단 등)과 민간단체들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사업지원 협력을 해야 한다.

민간단체가 공공기관의 업무를 모니터링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업무수행의 투명성을 고취해야 한다.

또 다른 민관협력사업의 모델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있다.

노동부ㆍ근로복지공단에서 외국인 지원센터를 설립하고,민간에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가가 외국인노동자의 한국사회 적응을 적극적으로 책임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모델은 여러 군데로 확산되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운영주체 중 하나인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국인 지원 센터를 설립하였거나 계획 중에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의 본질상 운영자금이 더 중요함에도 불구하고,예산의 대부분이 설비 투자로 지출되고 있다.

중복투자인 셈이다.

외국인 사회통합 정책을 총괄 관리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기관에서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지원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체계화하여 통합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와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지원센터'의 연계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민간단체들은 주중에는 결혼이민자를,주말에는 외국인노동자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양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외국인노동자 적응 지원 정책을 강구(講究)할 필요가 있다.

공적 기금을 조성해 국내 민간단체를 지원하여 외국인노동자를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그 일은 '근로자 복지'의 일환이므로 근로복지공단에서 맡아도 되고, (가칭)외국인노동자지원재단을 만들어 수행해도 좋다.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지원함으로써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한숨 쉬는 외국인노동자의 고달픈 삶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외국인노동자의 원활한 국내 취업활동 및 효율적인 고용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평화와 복지를 존중하는 인권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