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못 봐준다."

KT 성남지사에 근무하던 최윤영 대리(36).그는 지난해 초 둘째를 임신했을 때 첫째 아들을 키워주시던 시어머니로부터 축하 대신 이런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두 아이 육아를 위해 이젠 일을 포기해야 하나….' 일에 욕심이 많았던 최 대리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1996년 KT에 입사하면서 나이 서른에는 대리,서른다섯엔 과장에 승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지요.

그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아이 때문에 인생 계획이 흐트러진다고 생각하니까 심란하더라고요."

그러나 최 대리는 남편과 상의 끝에 출산 후 1년간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최 대리가 과감하게 육아휴직을 마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KT의 든든한 육아휴직 제도를 믿을 수 있어서였다.

KT는 육아휴직자가 휴직기간 중 집에서 직무 재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휴직기간에도 자기계발을 통해 업무에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휴직 중 직장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도록 사내종합문서시스템(www.kate.kt.co.kr)도 개방한다.

휴직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시켜 승진연한 등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화돼 있기도 하다.

"이런 제도를 잘만 활용하면 육아휴직을 '공백'이 아니라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해 7월 둘째 아들을 낳고 90일간의 출산휴가 후 11월 초 곧바로 육아휴직계를 냈지요."

처음엔 집에서 아이만 키우다 보니 세상과 단절돼 머릿속이 비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는 것.당장 마음을 다잡고 회사 온라인 재교육 시스템으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스킬' 1개월 과정을 수강했다.

수시로 회사 인터넷망에 들어가 회사와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단다.

KT에선 최 대리처럼 육아휴직 중 재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사람이 전체의 30% 안팎에 달한다.

2004년 육아휴직자 70명 중 24명,작년 휴직자 80명 가운데 19명이 휴직 중 온라인 재교육을 받았다.

"대개 1년간 휴직을 했다가 회사에 복귀하면 일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고,육아에 대한 이중 부담 때문에 회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여직원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입니다."(김성열 KT 인재경영실 과장)

KT의 육아휴직 중 재교육 효과는 여러 지표로도 확인된다.

KT의 경우 육아휴직 후 복직률은 99%에 달한다.

2004년과 2005년 육아휴직자 가운데 복귀하지 않은 직원은 각각 1명뿐이다.

그러다 보니 KT는 국내 민간기업 중 여성 직원이 가장 오래 근무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잡코리아가 지난 5월 매출액 상위 국내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T의 여성 직원 평균 근속기간은 15.4년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길었다.

해마다 여성 직원의 비율도 꾸준히 늘어 현재 총 3만8689명 직원 가운데 여성이 14.7%인 5694명에 달한다.

KT의 이 같은 출산·육아친화 경영은 지난 5년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유지하면서 신노사문화 대통령상을 받은 여러 배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복직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요.첫 출근을 앞둔 기분이에요.복직하면 나름대로 공부한 마케팅 분야에 지원해 일해보고 싶습니다.더 열심히 일해서 과장 승진도 빨리 해야지요."

두 아이는 앞으로 KT 분당 본사에 붙어 있는 사내 어린이집에 맡길 계획이라는 최 대리는 오는 11월 초의 복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