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행장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변양호 대표의 알리바이를 번복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구속중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의 변호인인 노영보 변호사는 지난 7월25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직접 방문해 강 행장으로부터 2002년 4월25일 변양호씨와 저녁식사를 했다는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노 변호사는 검찰이 2002년 4월 당일 변 대표가 구속된 김동훈 안건회계법인 대표를 만나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 강 행장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강 행장이 돌연 자신이 써 준 확인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변 대표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지 못한 것입니다.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중인 외환은행 인수작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을 수사중인 검찰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입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설명이 그것입니다.

노 변호사는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면서 "강 행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심경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습니다.

거래상대방인 론스타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 행장이 헐값매각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변 대표와의 연관성이 불거질 경우 론스타의 반발은 불을 보듯 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론스타가 먼저 계약을 해지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 론스타와 체결한 본 계약에 '감사원과 검찰수사 결과 외환은행 인수를 제약하는 요소가 없을 것"이라는 선행조건을 포함시킨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론스타와 맺은 본계약에 국민은행의 법적책임과 관련된 조항은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사모펀드업계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거래특성을 고려할 경우 때에 따라서는 계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건"이라는 상반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강 행장이 내년으로 다가온 연임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거나 은행권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 행장이 진술을 번복한 배경과 상관없이 검찰조사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가 외환은행 인수작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최진욱기자 j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