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萬雨 < 고려대 교수·경제학 >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40여년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세감면제도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

세목별로 조세감면의 종류가 많고 그 결과 조세제도가 복잡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세제(稅制)를 '누더기 세제'로 부를 정도라고까지 혹평하기도 한다.

조세감면을 통해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로는 성장산업의 육성,설비투자의 확충,중소기업의 육성,산업구조 조정,지역간 균형발전 등을 들 수 있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세액공제와 같은 직접적인 방법과 준비금제도나 특별감가상각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현재 비과세·감면제도는 약 226개에 이르며 2005년 기준으로 그 규모는 약 19조9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조세감면의 종류가 많고 그 규모가 방대하다.

이처럼 다양하고 숫자도 많은 조세감면은 애초 정부 정책목표가 추구해온 경제적 효율성 제고,사회적 형평 달성,민간의 자율성 확충이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세입기반을 약화시킴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조세의 중립성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등 부정적 효과가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룰 세제개편에서 대대적인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이해집단이 조세감면을 기득권화 혹은 항구화함에 따라 감면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그 증가속도 역시 전체 세수증가를 앞지름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복잡한 비과세·감면제도는 세법 지식이 부족하고 장부 기장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납세자의 납세협력 비용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피세(避稅)나 탈세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조세감면을 통제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매년 늘어만 가는 각 부처의 조세감면 신설 건의와 의원입법안 때문에 이 같은 통제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각 부처는 기존 감면제도의 목적달성 여부,실효성 등에 대한 분석·평가 없이 정책사업 지원이라는 명분하에 추가감면을 산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한 해 동안 각 부처가 건의한 감면 건수만도 85개에 이르고 있다.

의원입법의 경우도 기본원칙이나 방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제출된 감면제도 신설 또는 확대 법안이 많아 합리적 감면제도 운용에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법안은 96개에 달하며 이들 법안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경우 국가재정법 등을 통한 조세감면의 총량적 관리 강화 장치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감면 규모의 대폭적 축소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세율인하 등에 사용하게 되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제도 선진화는 물론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세제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금년도 일몰(日沒)이 도래하는 55개 제도에 대한 정비방안뿐만 아니라 226개 비과세 감면제도 전체에 대한 중장기적 정비계획과 과감한 추진계획이 요망된다.

구체적 정비방안으로는 일몰이 없는 122개의 감면제도에 대해 원칙적으로 일몰을 신설하고 국가재정법의 조속한 입법을 통하여 비과세 감면의 총량적 관리를 강화하는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면 목적이 달성되었거나 경제·사회적 여건변화에 따라 지원타당성이 낮아진 제도나 외국의 사례가 없거나 국제기준과 부합되지 않는 제도 등은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감면율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조세감면 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책으로는 조세감면 건의서 및 평가서를 내실화하는 방안과 함께 조세감면 통제구도에서 벗어나 있는 의원입법에 대한 다양한 제어제도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세제의 선진화는 이해집단으로부터 초연하게 여하히 정치적 동기를 배제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경각심이 입법부나 행정 당국자에게 공히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