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게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사버리는 사람을 두고 '지름신(神)이 내렸다'고 말한다.

'지름신'은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믿는다고 하는 가상의 신인데,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지름신이 일단 강림하면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한다.

소위 쇼핑중독의 사주범인 셈이다.

쇼핑중독에 걸린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사는 순간 긴장에서 풀리는 해방감을 맛보고,사고 나서는 후련함을 느낀다.

다시 무료함과 권태감이 찾아들면 물건구매를 반복한다.

쇼핑을 하면서 오는 흥분과 설레임이 뇌의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자극해 일시적 행복감에 젖어들게 하는 것이다.

쇼핑중독자들은 경제력이나 결제 등의 뒷걱정을 하지 않는다.

당장의 욕구를 만족시키면 그만이다.

그런 까닭에 날이 가면서 쇼핑강도와 지출이 높아진다.

알코올이나 마약,도박중독자들과 흡사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안방에서의 인터넷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여성들의 쇼핑중독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닫힌 공간인 가정에서의 고독감과 상실감,자신감 결여를 충동구매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비단 여성뿐이 아닌 남성들의 쇼핑중독도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에스콰이어'지(誌)는 '여자보다 더 무서운 남자의 쇼핑중독'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남자들 역시 스트레스와 애정결핍을 점차 쇼핑으로 해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문제된 사안이긴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의 쇼핑중독은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최근 국내 한 유명백화점이 카드 사용자의 구매행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백화점을 출입하는 쇼핑중독자만도 1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홈쇼핑중독자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상상키 어렵다.

외국에서는 쇼핑중독증을 병으로 여겨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권하고 있다.

할 일 없이 지름신에 빠지지 말고 취미생활과 자원봉사 등으로 자기 자신을 가꾸는 일에 열성적으로 나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