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 여름에 휴가없이 업무에 매진하면서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21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본사 및 계열사 고위 임원들이 최근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몽헌 회장 3주기 행사에 참석한 뒤 일제히 휴가를 떠난 가운데 현정은 회장은 여름 휴가를 포기한채 하반기 경영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올해 휴가를 가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현정은 회장이 이달 초 금강산에서 고 정몽헌 회장 3주기를 지낸 것을 여름 휴가라고 생각한다면서 올해는 휴가없이 그냥 일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 비서실을 통해 알아본 결과 스케줄 또한 8월에 꽉 차여있어 사실상 휴가보다는 일을 택한 것 같다"면서 "더구나 하반기에 현대건설 인수 등 현안이 산적해 자리를 뜨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이같은 강행군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올해 2.4분기 실적이 좋지못해 각 계열사의 내실 경영을 다질 필요가 있는데다 9월 이후부터 시작될 현대건설 인수전을 앞두고 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현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 추모를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자들에게 "현대건설 인수를 올해 남은 반년의 목표로 설정하고 매진하고 있다"고 강하게 피력했을 정도다.

현대그룹은 올해 초부터 전인백 기획총괄본부 사장 지휘 아래 TFT를 구성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전략을 짜왔으며,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에서 힘겹게 우위를 점한 뒤 여세를 몰아 다양한 방어책을 모색중이다.

현대측 관계자는 "현 회장이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 추모 행사를 갔다 오신 뒤 현대그룹을 보란듯 키워보겠다고 더욱 마음을 굳게 먹은 것 같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현대건설 인수 의지가 대단한만큼 하반기 현대그룹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