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심각하기 짝이 없는데도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언제 어디서 제기돼도 찬반이 갈려 자칫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것들이다.

교사의 학생 체벌도 그중 하나다.

'체벌은 폭력이다,안된다'와 '말로 타일러선 안듣는데 어떻게 하나' 사이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숱한 논란과 말썽에도 불구하고 교내 체벌이 끊이지 않는 건 후자 쪽에 암묵적,심지어 공개적으로 동의하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둔다는 얘기다.

제주의 한 고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학부모 76%가 '체벌 존속'을 원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자식을 키워본 부모는 물론 안다.

'금쪽같은 내 자식'이라도 참다 못해 흠씬 패주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걸.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러 놓고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뭐가 문제냐"라고 나오면 기가 막힌다. 차마 때릴 수 없어 얼떨결에 들었던 손을 내려놔도 속이 터져 숨이 가빠진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나마 아이를 '제대로 다스렸으면' 여기는 건지도 모른다.

체벌에 대해 너그럽기는 아버지가 더하다.

체벌사건이 터져도 "맞을 만했겠지,우리 자랄 때는 노상 맞았는데.다 잘되라고 그러는 거지" 식이다.

심지어 학창시절 때린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할 정도다.

초등학교 교사의 마구잡이 체벌이 문제 된 지 두어 달이 채 안돼 이번엔 고등학교 교사가 고3 수험생의 허벅지를 속옷에 피가 흥건하도록 때렸다고 한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사랑의 매였다지만 그렇게 맞고도 수업을 받았다는 걸 보면 피멍 들게 때려야 기강이 잡힐 정도는 아니었던 게 확실해 보인다.

일부에선 "체벌을 걸고 넘어지면 학생 지도 자체를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극이 자극을 부르듯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

폭력은 모방과 전염성이 강한데다 피해의 아픔을 가해의 쾌감으로 바꾸려는 잠재의식을 심을 가능성이 높다고 돼 있다.

어떤 이유로도 상습 체벌교사가 용인돼선 안되는 이유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