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源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국내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2분기 국민계정상의 민간소비 증가율(이하 전기비)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건설투자는 3.9%의 큰 폭 감소세까지 기록하고 있다.

설비투자의 경우 비록 2분기에 2.8%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작년 4분기의 4.2%와 비교해 보면 회복세가 크게 둔화돼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 1.6%에서 올해 1분기 1.2%로 하락한 데 이어 2분기에 0.8%에 그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이 정도라도 성장률이 유지되는 것은 수출 경기가 호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수출마저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이유로는 우선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을 들 수 있다.

미국 경제의 경우 최근의 금리 인상,주택 경기 둔화 등으로 그동안 성장의 중심축이었던 소비 부문의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그동안의 경기 확장세가 마감되고 경기 하강(下降)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중국 경제도 더 이상 투자 과열, 부동산 버블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경제 발전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제는 중국 정부의 경기 안정책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하강할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고유가를 들 수 있다.

유가 급등은 우선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경기 둔화를 유발하여 교역량 축소를 가져 올 수 있다.

이는 우리 수출 상품에 대한 해외 수요를 위축시켜 수출 경기 둔화의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인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즉 기업과 국가 경제가 아무리 수출로부터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원자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급증하여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원유 수입액은 약 268억달러로 작년 상반기의 187억달러에 비해 44%가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폭은 122억달러에서 72억달러로 급감하였다.

셋째, 환율 여건이 우리 수출에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1010원선에서 올해 920원대까지 급락하였다가 최근 들어 950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원고(高) 현상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주된 원인은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글로벌 약(弱)달러 현상에 있다.

미국은 원유 수입액 증가,대(對)중국 무역 역조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의 6%를 넘는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최소한 현재의 달러 가치 하락 현상을 방임할 유인(誘因)을 가지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미국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EU의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약달러 추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내수 부문이 부진한 상황을 감안할 때, 만약 하반기에 수출 경기 둔화가 현실화된다면 그야말로 이제는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엔진을 모두 잃어버리는 상황이 된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의 적절한 경기 조절 정책이 있어야 하겠다.

우선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은'내수 활성화'에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투자를 확대시켜 고용과 소비를 유발하는 내수 회복의 선순환 구조를 시급하게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출총제, 수도권 규제 등 핵심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고용 지원 확대, 부동산 경기 연착륙 등을 통해 가계의 구매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특히 정부 정책의 명확성과 일관성(一貫性)을 제고시켜 기업과 가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가장 극심한 불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기우(杞憂)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