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판사는 알선수재, 前검사와 경찰은 뇌물죄

법조비리에 연루돼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고법 부장판사 조모씨와 김모 전 검사, 민모 총경 등 3명은 모두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가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들이 청탁 받은 사건이 자신의 직위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인지와 김씨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 등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항 및 유죄 인정 때 형량 등에서는 차이가 난다.

◇"민ㆍ형사 사건 5∼6건에 개입, 억대 금품" = 이번 사건의 핵심 수사대상자였던 조 전 부장판사는 브로커 김씨로부터 5∼6건의 민ㆍ형사 사건에 개입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차관급 예우를 받는 법관이었던 조씨가 받은 금품은 현금 수천만원과 고가의 카펫, 외제 가구 등을 합쳐 1억 원을 넘으며 이는 영장이 청구된 3명의 피의자들이 받은 돈 중에서 최고 액수이다.

조씨가 개입했던 것으로 파악된 사건은 본인이 아닌 다른 판사가 담당했기 때문에 검찰은 뇌물죄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조씨에게 적용했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해주겠다며 금품이나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에 해당되며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례로 브로커 김씨가 "2심에서 승소할 방법이 없겠느냐"며 해결을 의뢰한 양평 TPC 골프장 사업권 소송은 조씨가 직접 맡았던 민사소송이 아니라 다른 재판부가 심리 중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조씨가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뒤 이 사건에 개입해 결과적으로 일부승소를 이끌어내 줬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대한 알선행위'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내사 종결 뒤 1천만 원 받아" = 김 전 검사는 2004년 말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브로커 김씨에 대한 내사를 종결한 뒤 수개월 후 모 변호사를 통해 1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검사 뿐만 아니라 그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수사관 차모씨도 2004년 12월께 김씨를 협박해 향응을 제공받고, 차용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혐의가 확인돼 지난해 구속기소됐고 작년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전 검사의 경우, 자신이 직접 맡은 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이어서 형법상 뇌물죄가 적용됐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했을 때 적용되는 뇌물죄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지며 벌금형이 없다.

◇"`특정인 수사해주겠다'…3천만 원 받아" =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3명 중 가장 형량이 높은 법조항이 적용된 인물은 민모 총경이다.

민 총경은 2005년 1월 브로커 김씨로부터 "하이닉스 주식과 관련해 나와 이권관계가 있는 인물을 수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민 총경은 금품을 받은 뒤 김씨가 수사해 달라는 인물에 대해 내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 총경 또한 자신의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안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어 뇌물죄로 볼 수 있지만 김 전 검사보다 수수액이 많아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됐다.

특가법상 3천만∼5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