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수뇌부가 오찬회동을 갖고 고위 당정청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 조율(調律)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근본적으로 매듭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솔직히 말해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참으로 가관(可觀)이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과 사퇴과정이 그러했고,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찬반 양론 또한 그러했다.

특히 법무장관의 경우 사실 후보로만 거론되고 공식추천도 없는 상태에서 특정인의 장관 기용을 반대한다는 얘기를 여당대표가 공개한 것은 어찌 보면 성급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헌법적 권한을 들먹이며 반박하는 청와대도 정도(正道)는 아니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은 국민들의 위임을 받은 것이지 국민의 뜻과 달라도 대통령 마음대로 행사해도 되는 그런 의미의 권한은 아니지 않은가.

김근태 의장의 최근 행보만 해도 그렇다. 경제계에 이른바 뉴딜을 제의했지만 해당정책책임자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곧바로 부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혼란에 빠진 것은 국민과 기업들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윤광웅 국방장관의 작전통제권에 대한 언급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군원로들인 전직 국방장관들이 한·미 동맹 차원에서 몇가지 우려를 나타냈다고 해서 굳이 '실정에 어두운 노인들'이란 식으로, 그것도 뒤늦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국방정책을 책임진 장관으로서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상황은 외면한 채 이른바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그런 반박(反駁)을 했다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이 나라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말 불안하기만 하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반이나 남았는데 이런 식으로 국정이 흘러가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모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의 사태가 대선을 앞둔 권력투쟁의 측면이 있다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경제가 결딴나고 서민생활이 어려워지면 당장 고통받는 것은 국민들이다. 당정청은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더 이상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