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라이벌 관계가 바뀌고 있다.

한참 뒤처졌던 업체가 1위로 부상하는가 하면 과거에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업을 하다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 기업들도 있다.

그룹 계열사끼리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새롭게 라이벌로 부상한 기업들의 현황과 주가 등을 비교 분석,시리즈로 게재한다.



CJ㈜와 오리온은 음식료업종의 대표주지만 경쟁업체는 아니었다.

CJ는 생활식품,오리온은 제과사업에 주력한 까닭에 부딪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두 회사는 요즘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전장은 식품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CJ가 규모면에서 다소 앞서 있지만 오리온이 최근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를 잇따라 상장시키면서 대반격을 노리고 있다.

◆ 플랫폼 대 콘텐츠의 대결

CJ와 오리온은 국내 영상분야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J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플렉스(영화투자 및 배급),CJ CGV와 메가박스(극장),CJ미디어 CJ케이블넷과 온미디어(방송콘텐츠 제작 및 종합유선방송국) 등 각 부문 최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플랫폼과 콘텐츠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CJ는 디지털콘텐츠의 유통망인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

CJ홈쇼핑과 CJ케이블넷 등을 통해 CJ가 갖고 있는 방송국은 서울 양천,경남,북인천 등 11개 권역 13개에 이른다.

최근 유진기업으로부터 드림씨티방송을 인수하기도 했다.

가입자수는 201만명으로 전체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14.3%에 달한다.

반면 오리온의 온미디어는 대구 수성과 동구,영동,전남 동부 등 4개 방송국에 가입자수는 53만명에 그친다.

CJ의 영화배급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나 극장사업을 하는 CGV도 규모면에서 오리온의 미디어플렉스와 메가박스를 앞선다.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5편의 영화를 배급한 데 비해 미디어플렉스는 23편에 그쳤다.

극장부문도 CGV는 36개 지역에 273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지만 메가박스는 16개 지역에 135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오리온은 디지털콘텐츠 제작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리온의 자회사인 온미디어는 투니버스 OCN 수퍼액션 캐치원 캐치원플러스 스토리온 온게임넷 바둑TV 퀴니 온스타일 등 12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지난 상반기에 이들 채널의 시청률은 전체 케이블TV 시청자의 28%를 점유했다.

특히 OCN 퀴니 투니버스 바둑TV 온스타일 등은 각각 영화 게임 만화 레저 여성 등 장르별 채널 1위다.

반면 CJ는 CJ미디어 등을 통해 채널CGV Xports Xtm 올리브 내셔널지오그래픽 챔프 Mnet KMTV CJ홈쇼핑 등 9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청률은 온미디어에 미치지 못한다.

◆ 규모 대 수익성

6일 현재 CJ(주가 9만6000원)의 시가총액은 2조6851억원으로 오리온(주가 21만8000원)의 1조2910억원을 크게 앞선다.

그러나 오리온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뛰어나 주가 측면에서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CJ CGV(주가 2만4500원)도 시가총액이 5051억원으로 메가박스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미디어플렉스(주가 3만1500원)의 1972억원을 압도하고 있다.

반면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온미디어(주가 6120원)는 시가총액이 7087억원으로 SO(종합유선방송국)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CJ홈쇼핑(주가 7만1500원)의 시가총액 6285억원을 능가하고 있다.

현대증권 정성훈 연구원은 "CJ는 공격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반면 오리온은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CJ가 투자여력이 큰 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할 경우 오리온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1위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투자증권 민영상 연구원은 "최근 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이 IP(인터넷)TV DMB TV포털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양사의 향후 승부는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