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욱 < 사회부장 >

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부터 가장 욕을 많이 듣는 중앙 부처는 바로 교육인적자원부이다.

툭하면 바뀌는 입시제도와 늘기만 하는 사교육비는 교육부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물러난 데에는 본인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교육부의 책임도 있다.

그가 논문을 중복제출했던 BK21사업부터 '품질'보다 '수량'을 따졌던 교육행정의 후진성이 드러난다.

교육부는 1단계 기간(1999∼2005년) 중 1조3421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어느 학술지에 어떤 제목의 논문을 실었는지만을 보고받았다.

이러다 보니 연구비를 받고 A학술지에 실은 논문을 B학술지에 투고하더라도 알 수 없었다.

논문의 중복게재를 막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탓에 결과적으로 교육부총리가 낙마하게 된 셈이다.

이 통에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참여정부 이후 교육부총리 재임기간은 8.2개월로 국민의 정부(8.6개월)와 문민정부(1년) 시절보다 짧아졌다.

업무를 파악할 때쯤 되면 차기 교육부총리에게 바통을 넘겨야 하는 현실에서 소신과 경륜에 입각한 정책은 기대할 수 없다.

이처럼 최고책임자가 자꾸 바뀌다 보니 '땜질처방'만 나오고 있다.

열악한 공교육과 평준화 논리에 질식, 해외로 떠나는 학생들이 날로 늘어나는데도 교육부는 '만사태평'이다.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외국 유학이나 연수에 쓴 돈은 19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중 외국인의 국내 유학연수 비용은 700만달러에 그쳤다.

유학연수비는 2003년 18억5400만달러에서 지난해 33억7100만달러로 82% 늘어났다.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경쟁시대가 왔는데도 교육부는 해묵은 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대학이 본고사와 고교평가제,기여입학제를 통해 신입생을 뽑아서는 안된다는 소위 '3불정책'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공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인재의 해외 유출을 야기한다고 비판한다.

쥐꼬리만한 재정지원을 하면서 사립대학의 학생선발권까지 통제하는 나라가 한국 외에 더 있을까.

이제라도 교육행정은 변해야 한다.

한·미 FTA 협상 단계에서 미국은 민족사관고 대원외고 등 일부 학생들이 준비중인 SAT(미국 수학능력시험) 대비 학습 및 응시 분야에 관심을 표명했다.

양질의 교육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탈 한국' 바람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능력과 형편만 된다면 선진국에서 자녀를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시키고 싶다는 학부모들이 많다.

이번주 중 후임 교육부총리가 내정된다 해도 국회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달 말께야 집무가 시작될 것이다.

지난 6월30일 김진표 전 부총리가 물러난 만큼 교육행정 공백상태가 2개월가량 지속되는 셈이다.

신임 교육부총리는 시장의 수요와 동떨어진 각종 정책부터 원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사교육에 압도된 공교육 살리기도 그의 임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교육계 수장을 단 한번도 내부에서 배출하지 못했던 교육관료의 논리에 포섭돼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