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롯데-우리홈쇼핑,신세계-월마트코리아,이랜드-한국까르푸' 등 대형 유통업체 간 인수·합병(M&A)이 잇달아 성사됐지만 '정부 승인'이라는 최종 관문에 걸려 한결같이 진통을 겪고 있다.

▶한경 8월3일자 A11면 참조

신세계와 이랜드의 M&A는 독과점 여부를 따지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미뤄지고 있고,롯데의 경우는 방송사업 승인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까다로운 결정이 남아 있어 M&A성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3년간 대주주 변경 금지' 조항에 걸린 롯데

롯데쇼핑은 지난 2일 우여곡절 끝에 우리홈쇼핑의 지분 53.03%를 인수했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는 의외의 싸늘한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홈쇼핑 인수설이 나돌 때만 해도 모처럼 강세를 보였던 롯데쇼핑의 주가가 인수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하락세로 반전,상장 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고 있는 것.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졌던 방송위원회 승인이 험난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서다.

우리홈쇼핑의 이전 대주주인 경방이 지난 2004년 4월 사업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다른 곳에 팔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제출한 뒤에야 사업재승인을 받은 것이 원인이다.

오는 2007년 4월까지는 지분을 팔지 않기로 방송위와 약속을 한 셈이기 때문.

업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불발로 그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방측은 이에 대해 "CJ가 39쇼핑을 인수한 뒤 방송 승인을 받은 선례가 있다"며 "롯데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방송위 관계자는 "CJ의 39쇼핑 인수는 단순한 기업 간 인수합병이었다"며 "우리홈쇼핑이나 농수산물홈쇼핑은 설립목적이 뚜렷해 재승인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매각이 없을 것이라는 서약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도 '속앓이'

월마트코리아를 전격 인수,라이벌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린 신세계의 속앓이도 만만찮다.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이라는 복병이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신세계는 지난 5월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지만,공정위는 아직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 결합심사 기준을 강화,'전국' 점유율이 아닌 '지역' 점유율로 따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최종 승인'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위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사업규모 축소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이마트(34%)와 월마트코리아(4%)를 합친 할인점 시장점유율은 38%이며,2위 홈플러스(19%)와 3위 롯데마트(14%)를 합친 상위 3개 업체 점유율도 71%다.

'전국' 기준으로 따지면 걸릴 게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역'으로 따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마트와 월마트만 있는 지역이나 1~3위 업체의 점포가 몰려 있는 곳은 두 회사의 점포를 합치면 독과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구'단위를 기준으로 삼으면 월마트 대전점(대전 서구 월평동)과 이마트 둔산점(대전 서구 둔산동)이 독과점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신세계측은 "굳이 백화점 슈퍼마켓 등 다른 소매유통과 대형마트를 따로 떼어 독과점 여부를 가리려는지 알 수 없다"며 "이런 식의 독과점 판단은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는 신청일로부터 최장 120일을 넘지 못하게 돼있다.

늦어도 내달에는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가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한국까르푸를 인수하고 지난 5월2일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이랜드의 사정은 그나마 여유가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역 기준으로 따지더라도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