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벤처 기업가 정신이 싹트고 있다.

얼마나 많은 자금을 조달하느냐보다는 자신의 철학대로 경영하는 것을 중시하는 기풍이 생겨나고 있다.

사업 네트워크 형성과 사생활에서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이런 특징을 갖는 일단의 젊은 벤처기업가들을 '밸리 보이즈(Valley Boys)'로 부르고 이들이 새로운 경영풍토와 문화코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최신호(8월14일자)에서 보도했다.

밸리 보이는 미국 LA 교외 산페르난도 밸리의 고급 주택에 살며 1980년대 미국의 유행을 선도하던 10대 소녀(Valley Girls)들처럼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자금 조달보다 사업 내실이 중요

인터넷 기업의 경우엔 당장의 광고 수입(매출)보다는 커뮤니티(사업 기반,내실)가 먼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회원들이 다른 웹사이트에서 퍼온 뉴스들을 모아서 제공하는 '딕닷컴'(Digg.com)이 대표적.

'새로운 뉴욕타임스'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이 회사 창업자인 케빈 로즈는 "별의별 광고들로 사이트를 도배질할 수 있지만 그러기를 원치 않는다"며 "수익성 높은 회사로 만들기 위한 명확한 목표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1990년대 말의 IT붐 때와 다른 금융환경이 '밸리 보이즈'를 낳은 요인 중의 하나라고 꼽았다. 당시엔 닷컴 경영자들이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벤처캐피털에 '간청'해야 했다.

벤처캐피털은 이들 회사의 상당수 주식을 사들이고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을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지금의 '밸리 보이즈'는 "벤처캐피털이 원한다면 투자할 수는 있다"며 적극적으로 매달리지는 않는다.

IT 기반의 발전으로 초기 사업자금이 예전보다 크게 들지 않고 자금 조달 경로도 다양해지면서 '전주(錢主)'와의 관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웹2.0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코드

비즈니스위크는 케빈 로즈 외에 △즐겨찾는 블로그를 회원끼리 공유하는 '딜리셔스'(Del.icio.us)를 만든 조슈아 샤터 △게임 콘텐츠 회사인 엑스파이어(Xfire)를 공동 설립한 데니스 퐁과 트레시 △소비자평가 사이트인 옐프닷컴(Yelp.com)의 제레미 스토펠만과 러셀 사이먼스 등도 대표적 '밸리 보이즈'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웹2.0 시대'(사용자들이 각종 콘텐츠를 자유롭게 올리는 등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자신의 사업을 선뜻 매각하지 않는다.

벤처 1세대 중에서 사업 매각 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다시 부모 품으로 들어가 전전하는 신세를 목격해왔기 때문.조슈아 샤터가 딜리셔스를 야후에 매각하는 등 몇몇 매각 사례는 있었지만 사업이 목표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거금'을 '돌'보듯 하는 분위기는 분명하다.

딕닷컴의 경우에도 지난 1월 야후가 4000만달러에 매입을 제안했다는 루머가 돌았으나 신규 서비스 등을 보강하고 있어 아직 매각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