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등 복지를 위한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민영화 기업 지분을 연내 모두 처분하게 되면 내년부터 정부의 재정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전력 포스코 등 정부가 보유했던 우량 민영기업의 지분은 그동안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처분해 쓸 수 있는 '쌈짓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정부는 보유 중인 한국전력과 기업은행 지분을 연내 매각하기로 입장을 재확인했다.



○환란 후 민영화 수입 21조원

정부는 지난달 21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하반기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면서 보유 중인 기업은행 지분 15.7%와 한국전력 지분 2.96%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2.96%의 한전 지분을 팔면 정부의 지분율은 51% 수준으로 떨어져 추가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분 매각으로 약 2조원의 재정수입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한전과 기업은행 지분 매각이 연내에 끝나면 내년부터는 정부가 시장에 매각할 수 있는 공기업 지분은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정부산하에는 14개 공기업(정부투자기관)이 있지만 참여정부 들어 공기업 민영화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설혹 정부가 민영화 차원이 아닌 세수확보를 위해 공기업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려고 해도 한전을 제외한 나머지 13개사는 모두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비상장사들은 시장가격 책정 등 각종 난제들이 많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재정압박 심화될 듯

공기업 지분 매각이 중단되면 정부의 재정 압박은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1998년 이후 포스코(옛 포항제철),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대한송유관공사 등의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약 21조원의 지분매각 수입을 올렸다.

공기업 민영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1999∼2002년 기간 동안에는 매년 최소 3조원가량(2000년 제외)의 지분매각 수입이 발생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한전과 기업은행 지분매각 수입까지 포함하면 약 4조원이 넘는 매각 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현 정부 들어 연평균 1조원 정도의 매각 수입이 생긴 셈이다.

이들 수입은 정부 결산상에 세외수입 항목 중 유가증권 매각대금으로 잡혀 정부의 재정수지를 개선시키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

단적으로 2002년의 경우 관리대상수지(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합친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과 공적자금 손실분 국채전환을 제외한 것)가 5조1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는데 그 해의 정부보유 지분 매각대금은 6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분매각 대금이 없었다면 관리대상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는 2002년 22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이래 매년 흑자규모가 급감,작년에는 간신히 흑자(1조7000억원)를 내는 데 그쳤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관리대상수지는 향후 적자기조가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공기업 지분매각 수입까지 사라지면 정부의 재정압박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