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려고 내놓은 지 5개월째입니다.

한국에서 뭉칫돈이 들어온다는데 다 어디로 갔는지 영 팔릴 기미가 없네요."

재미교포인 박모씨(49)의 하소연이다.

박씨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3년전 집을 새로 지었다.

꿈을 잘 꿨는지 그동안 집값은 상당히 올랐다.

그러나 집값만 오른 게 아니다.

모기지 금리도 뛰었다.

집을 지을 때 금리는 연3.7%. 지금은 6.8%로 상승했다.

궁여지책으로 집값이 떨어지기 전에 집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

박씨뿐만 아니다. 무리해서 집을 샀거나 새로 지은 사람들은 요즘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집값 상승분은 현금화가 되지 않았지만 이자는 꼬박꼬박 현찰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게 매물만 잔뜩 쌓이고 있다.

좋은 주거환경과 학군으로 인기가 좋은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경우 지난 6월 말 현재 매물은 6449채에 달한다.

1년 전의 3491채에 비해 84.7%나 증가했다.

그렇다고 주택경기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집값을 내리면 매물은 소화된다.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대기수요자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팔자는 사람은 집값을 내리지 않으려 하고,사자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매입시기를 늦추다 보니 말그대로 '조정중'이다.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 맨해튼 건너편에 짓고 있는 호화 아파트인 허드슨 클럽 344가구중 절반 이상을 한국인이 구입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아파트를 짓고 있는 코코란 그룹의 스로카 부사장은 "천문학적인 돈이 한국에서 몰려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곳 부동산 관계자들은 "기사가 과장됐다"고 지적하지만,한국에서 상당한 돈이 미국 부동산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돈이 중장기투자용이라면 문제가 없다. 집값이 급락하기 보다는 연착륙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다. 그렇지만 '단기대박'을 꿈꾸는 돈이라면 조정중인 주택경기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요즘 미국은 뜨겁다.

3일 뉴욕 기온은 1955년 이후 최고인 화씨 103도(섭씨 39도)까지 올랐다.

이와 비교하면 주택경기는 차갑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에게 뜨거움과 차가움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