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임금협상을 타결(妥結)했다.

최악의 파국을 피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럽지만,해마다 파업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현대차 노조의 행태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파업부터 벌여 회사 경영을 위협하면서 협상에 나서는 '파업만능주의'의 고질적 악습(惡習)을 되풀이했다. 노조가 창립된 1987년 이래 1994년 한 해만 빼고 19년째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현대차의 생산손실은 매년 천문학적 규모로 누적되고 있다.

올해만도 한 달째 파업을 벌이면서 1조3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손실과 함께 수출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로 인해 국가기간산업이 휘청거리고 나라경제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협력업체들은 도산의 위기로 내몰리고 종업원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파업기간 보여준 행태 또한 몰상식(沒常識)하기 짝이 없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는 공장에 대해선 추가로 2~4시간씩의 보복파업을 하는가 하면 시민들이 파업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근처 식당이나 가게에서 밥도 안먹고 물건도 안사는 소비파업까지 벌였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현대차 근로자들의 임금이 우리나라 최고 수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파업을 무기로 고율의 임금인상을 거듭해온 데 이어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지금 자동차 업계가 내수부진에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採算性)까지 급속히 악화되는 등 어느 때보다 나쁜 경영여건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GM 닛산 르노 등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점이 보여주듯 해외경쟁업체들은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세계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가는 현대차가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빅5'로의 도약은커녕 최근 해외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산업에도 따라잡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회사 경영이야 어찌되든 내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노동운동은 결국 노사가 함께 망하는 공멸의 길을 걸을 뿐이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는 더 이상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만성적인 파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언제까지 이런 파업의 악순환(惡循環)을 되풀이할 것인가.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한때 세계 최고 기업이었던 GM이 과도한 임금 및 복지요구에 시달린 끝에 결국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고 만 사실을 현대차 노조는 직시해야 한다.

회사측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파업만 끝나면 성과급 격려금을 받는 등 일을 않고도 아무런 손실이 없다면 파업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