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외교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뜻을 모은 것은 국제사회와 북한에 대한 설득과 촉구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대북제재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국제사회 일각은 물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 양측 모두에게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고 이를 위해 외교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우선 북한 미사일 국면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한중 정상이 미사일 사태 이후 첫 통화를 갖고 그 뜻을 재확인한 것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대북 압박론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등의 강력한 대북 압박 주장이 갈수록 부상하는 정세속에서 압박과 제재보다는 평화적ㆍ외교적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면전환을 노린 `고도의 정치적 압박행위'로 규정짓고, 대북 제재에 무게를 둔 미국과 일본의 스탠스와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 과도한 대응을 삼간 채 북한 설득에 주력해왔다.

노 대통령도 지난 19일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도하게 대응해 불필요한 긴장과 대결국면을 조성하는 일각의 움직임들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냉철한 대응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제반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미국과 일본, 북한에 `결단'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련국들의 결단'에 대해 "6자회담 관련 모든 국가가 문제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타개책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등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양 정상의 통화는 북한발 미사일 긴장국면을 이제는 상황의 안정적 관리차원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타개해야할 시점이라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의 통화는 이제는 각국 지도자가 나서 상황을 타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의 통화 시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의 선제공격론에서 시작된 대북 압박 움직임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복원천명과 PSI(확산방지구상)에 의한 대북 압박 수위 상승을 거쳐 급기야 20일에는 대북정책 재검토 필요성까지 언급된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조야 일각에서 남북 화해와 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대북 경제제재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등 전방위 대북압박 조짐이 관찰되는 형국이다.

이런 국면에서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창해온 한국과 중국의 정상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일본에 `과도한' 대북압박과 제재를 자제시키고 평화적 해결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정도 지울 수 있게 됐다.

반대로 한중 양국 정상의 `외교적 해결' 메시지는 북한에게도 하나의 경고성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대미 공조를 `사대주의'로 폄훼하는 북한에 대한 또다른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더 이상 상황 악화에 대한 빌미를 주지 말고 조속히 6자회담장에 복귀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8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비공식 6자회담 혹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같은 `양날의 칼'이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