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王敦 < 진매트릭스 대표 wangdon@genematrix.net >

여세추이(與世推移)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초나라의 굴원이 쓴 어부사에서 유래하는데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해가다"라는 의미이다.

난세(亂世)에 힘없고 약한 백성들의 세상 사는 처세의 방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여론과 민심을 살펴보아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삶을 지탱하기 위한 불가피한 처세적 의미로서 여세추이란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보다는 무엇이건 뒤지지 않기 위해 남을 따라 하는 풍조(風潮)가 곳곳에 만연해 있는 것 같다.

타인(他人)지향적인 가치는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따라하기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옆집이 무슨 물건을 들여 놓으면 우리도 갖추어야 하고,남이 무얼 하면 나도 기어코 해야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따라하기는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 가지 바이오 테마 붐이 일 때마다,그 테마는 1~2년 안에 유행처럼 우리 생명공학분야의 주된 관심사로 등장한다.

어떤 증권사의 부탁으로 투자유치를 위해 뉴욕 월가(街)에서 회의를 갖던 중,미국의 한 투자자가 이런 질문을 해왔다.

왜 한국에 자신들이 굳이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에는 생명공학 분야의 인재가 많고,코스닥시장이 활성화돼 있으며,정부의 강력한 육성정책이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바이오연구가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이 있음을 만족스럽게 소개할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굳이 뉴욕의 투자자가 지적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 바이오의 의약개발 실태를 보면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우리도 바이오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투자와 기대속에 개발된 기술과 제품이 선진국 진출의 꿈을 펴지도 못하고 후진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원가경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과거 바이오 따라하기였다.

지금의 추이를 보면 다국적 제약사들에 의한 연구개발과 시장지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저력이 있다.

신약개발 외에도 의료 진단,환경,BT-IT 퓨전기술 등 타 분야에도 많은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세계 수준에 올라 있는 국내 유수의 산업 등과 결합해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의 진출을 꾀할 때 우리도 더 이상 '따라하기'가 아닌 '따라잡기'가 가능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