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吉在 < 북한대학원대 교수·정치학 >

대북 제재 결의안이 16일 유엔 안보리를 통과했다.

이제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안보 정세는 예측불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당장 위기가 거론될 상황은 아니지만,결의안이 통과된 지 불과 13시간 만에 발표된 북한 외무성의 성명(聲明)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어서 자칫 한반도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인가 여부다.

지난 5일 7발의 미사일을 쏘아댄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쏜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일도 아니지만,대북 제재(制裁)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발사는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 행위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그랬을 때 국제사회가 더 진전된 제재 행위의 수순을 밟아나가지 않는다면 체면을 구기게 된다.

그러나 이번 제재 결의안의 통과 과정이나 내용을 볼 때,추가 결의안 역시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것 이상의 마땅한 제재 방안을 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일본에서 불거져 나왔던 '선제공격론'이나 그에 버금가는 군사적 행동을 포함하는 제재안에는 반대할 것이고,그렇다면 그 내용 역시 지금의 제재안보다 약간 더 진전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실험이나,성공적인 대포동 2호의 시험 발사와 같은 일을 벌일 경우 국제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제재 수위를 훨씬 더 높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도 향후 미사일 발사에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해도 지난번 발사가 '자위권' 차원이라고 했으므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그래야만 벼랑끝에서 철수할 수 있는 명분(名分)이 만들어진다.

이런 추론은,물론 북한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한다는 가정 아래 성립된다.

만일 북한이 정말로 이보다 더한 벼랑끝 전술을 택할 경우 한반도의 운명은 다시금 강대국들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백척간두의 상황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이번의 제재 결의안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북한의 고립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의 결의안 지지는 북한으로서는 뼈아픈 것이지만 이미 지난 초순 중국을 방문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에게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함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각오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처음으로 대북 제재결의안에 지지를 보냈다고 해서 앞으로도 대북 정책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중국의 대북 지원은 북한이 더 중대한 도발,예컨대 핵실험과 같은 도발(挑發)을 하기 전까지는 철회되기 어렵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전략적 구조적 관계이다.

이점은 북한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중국의 인내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

가장 좋은 해법은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응하는 것이지만, 미국 정부는 그럴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한 것인데, 미국은 금융제재가 북한의 허를 찌른 것이면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화로 군사대국화의 길로 매진하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다.

한국 정부는 한국이 나서서 북한을 설득하고,설득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줘야 하고,그래서 북한의 태도를 바꾸겠다고 호기(豪氣)있게 나섰다가 결국 지원하고도 뺨 맞은 꼴이 됐다.

북한한테 뒤통수를 맞는거야 한두 번이 아니니 그렇다 쳐도 국제사회에서, 특히 미국 일본과의 동맹관계까지도 금이 가게 됐으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잃게 될 상황에 처했다.

북한문제는 외교문제다.

대미외교와 한·미·일 공조 강화로 미국을 움직일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