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 1천여명이 14일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를 이틀째를 점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오늘 중 공권력 투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들은 14일 오전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본사 건물 11층 전층을 장악한 뒤 출입문과 현관 등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또다른 노조원 1천여명은 건물 밖 광장과 진입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중이다.

점거된 본사건물 1층은 사옥관리와 차량반이, 2층은 은행, 비즈니스룸, 섭외부, 총무부가, 3층부터는 본사 관리부서 사무실이 있어 노조원 점거로 본사 행정업무가 전면 마비됐다.

직원들은 인근 포항제철소내 기술연구소로 출근한 뒤 삼삼오오 모여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초유의 본사 점거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노조측은 건물 점거 후 각 층에 설치된 방호벽을 모두 허물고 CCTV를 테이프로 가리는 한편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장한 채 공권력 투입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옥상투쟁도 불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긴장감이 돌고 있다.

노조측은 "포스코가 사용자의 편에서 파업노동자들을 불법.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노조원을 고소.고발하는 등 탄압해 본사 점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포스코가 파업 기간 노조측의 출입문 봉쇄 조치에 대해 경찰에 공권력을 요청한데다 회사버스를 동원해 대체 인력을 투입하면서 정당한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포스코의 공권력 요청과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공개사과와 사용자측이 성의있는 협상태도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설노조 파업에 따라 파이넥스 공장 등 포스코내 30여개 기계.전기설비 사업장의 조업이 중단되면서 하루 100억원 가량의 피해액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본사 행정업무 중단으로 하루 2만5천여t에 이르는 제품출고도 차질을 빚을 경우 하루 130억원 가량의 추가 손실도 발생하게 된다고 포스코측이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가 사용자측인 전문건설협회와 협상이 어렵자 제 3자인 포스코 건물까지 점거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포스코 입장으로서는 대책이 있을 수 없으며 가급적 사용자측과 협상을 통해 원만한 사태해결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이날 낮 노사 양측이 포스코 기술연구소에서 한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30여분만에 결렬되는 등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해 사태해결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포스코 본사 건물 주변에 경찰병력 50개 중대 5천여명과 소방차, 구급차 등을 배치해 두고 있어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특히 이날 오후 광양제철소 건설노조원 1천여명이 파업에 합류하기 위해 광양을 출발했다는 첩보에 따라 이들이 합류할 경우 강제진압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오늘 중으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장기화되고 있는 건설노조의 파업이 포스코 본사건물 점거 등 갈수록 과격.폭력화되고 있다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임상현.이승형 기자 sh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