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고유가를 비롯한 대외 악재로 인해 다시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우선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국제유가가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게다가 일본이 금리를 인상했고 중국의 긴축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는 등 도처에 악재만이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가 한꺼번에 불거지고 내부적으로도 기업 실적 우려감이 상존해 있는 등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고유가에 증시 '휘청'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78% 급락 출발한 뒤 장중 한때 1,250선 아래로 밀렸다가 낙폭을 다소 만회, 29.89포인트 하락한 1,255.1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1.45포인트 낮은 559.66에 거래를 마치며 560선 방어에 실패했다.

앞서 이날 새벽 마감된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52% 하락하는 등 고유가 여파로 급락장세가 연출됐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 나이지리아 송유관 파손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76달러대에 올라서면서 글로벌 증시를 패닉 직전으로 몰아가고 양상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 (WTI)는 전날에 비해 1.75 달러(2.3%) 오른 76.70 달러에서 마감됐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 역시 전날에 비해 1.49달러 오른 70.39달러로 마감, 사상 처음 7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호실적에 '시큰둥'

삼성전자가 이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4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고유가 망령에 사로잡힌 증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1조3천억 수준으로 예상된 영업이익이 1조4천억원에 달할 경우 증시의 반등을 이끌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실제 1조4천180억원의 영업이익 결과치를 내놨음에도 증시는 이를 외면한 채 추가 조정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증시 일각에서는 고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악재에 `굿뉴스'가 묻혀버렸다는 한탄이 튀어나왔다.

◇추가 조정 분위기 우세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당분간 유가가 증시를 짓누르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수급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나아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소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런 대목이다.

아울러 일본이 제로금리에서 탈피,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한 점도 엔.케리 자금 청산에 따른 수급 악화 우려감을 야기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증시는 호재보다는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라면서 "고유가 악재가 부각된 상황이어서 1,200선 초반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이 큰 만큼 보수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귀원은 "고유가, 일본 금리 인상, 중국의 추가 긴축 우려 등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면서 "1,300선대 매물벽도 채 뚫지 못한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한 만큼 당분간 1,200∼1,300선 사이에서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