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侖錫 <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일본은행은 오늘 정책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16개 주요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모두 금리인상 쪽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예상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사실 그동안 어느 정도 예견됐던 조치다.

2분기 단칸(短觀·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 결과 일본기업들이 199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투자확대를 할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경기확장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에 힘입어 금리인상 시점이 임박했다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이 같은 일본의 금리인상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걸까? 우선 그간 일본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90년대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1년 4월 개혁적 성향의 고이즈미 총리가 취임하면서 '개혁없이 성장없다'는 기치를 내걸고 사회전반, 특히 정부부문의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뒤처졌던 공공부문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혁을 추진한 결과 우편제도의 민영화 등 난제(難題)들을 하나둘씩 풀기에 이르렀다.

이는 일본이 장기침체를 벗어나고 경제회생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시스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가 급변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양극화의 심화,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의 도래 등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조로화(早老化) 현상들이 그것이다.

우리경제도 민간주도형 경제로 전환됐다고는 하나 일본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개혁을 완전히 이뤄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총선 재선거를 실시하는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우정공사 민영화를 이끌어낸 정치적 리더십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일본의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세계의 자금흐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일부에서는 저금리를 차입해 미국 등 고금리 통화에 투자한 '엔 캐리' 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환류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로는 현재 미·일간 금리차가 3개월 단기금리의 경우 4.5%,10년짜리 장기금리의 경우 3%가량인데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이 이뤄진다고 해서 국제자금이 대규모로 환류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제정세가 다소 불안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여전히 안전자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으로 국제자금이 이동하거나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경제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중 금리차에 민감(敏感)한 채권자금이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인해 급격히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 하겠다.

오히려 우리가 관심있게 지켜볼 것은 그간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자본이 다시금 돌아올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금리인상이 이뤄지게 되면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주요 투자은행들의 전망을 보면 현재 114엔대를 유지하고 있는 환율(換率)이 올 연말쯤에는 110엔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엔화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원화가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강세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원·엔 환율도 현재의 830원 전후에서 850원까지는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전망이라면 그간 엔화대출자들에게는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엔화부채를 줄이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