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1년 시카고 북쪽 지역의 마굿간에서 뜻하지 않게 발생한 화재는 한순간에 도시전체를 삼켜 버렸다.

이후 시카고는 도시계획이 새롭게 정비되면서 현대건축을 실험하는 각축장이 됐는데,외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높이 경쟁이 관심을 끌었다.

홈 인슈어런스 빌딩이나 한동안 세계 제1의 빌딩으로 이름을 날렸던 시어스타워 등이 차례로 세워졌고,시청을 중심으로 질서있게 뻗어 나간 빌딩군(群)은 미시간호와 어우러져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명물로 만들었다.

세계 유명도시를 보면 도시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는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스카이라인이 무척 아름다운 게 특징이다.

조개껍질을 포개 놓은 것 같은 오페라하우스를 가진 시드니,꼭대기에 구멍을 뚫어 놓은 월드파이낸셜 센터의 상하이,9·11테러로 사라지긴 했지만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뉴욕 등 이루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스카이라인은 말 그대로 하늘에 그어진 윤곽이다.

따라서 스카이라인은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는 구조물 배치가 관건이다.

도시 전체의 흐름(線)을 중요시해서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산타페는 건물높이를 철저히 제한하고 있으며,싱가포르는 비슷한 설계의 건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고층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획기적으로 바뀔 모양이다.

10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들이 곳곳에 세워지고,40~60층의 주상복합건물들도 여러 도시에 세워질 예정이어서다.

엊그제는 송도 국제도시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151층(높이 610m) 쌍둥이 빌딩을 건립키로 하고 포트먼 컨소시엄과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우리 도시들은 수량이 풍부한 강과 아기자기한 산,그리고 바다를 끼고 있어 외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자연풍경이 뒤지지 않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시선이 편안한 느낌이다.

이런 이점을 살리면서 아울러 건축의 미학적인 면을 따지고 공간배치에 신경을 쓴다면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은 스카이라인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